美, 골드만삭스 사기혐의 기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증권거래위 “상품정보 속여 투자자 큰 손실”
뉴욕증시 급락… 금융개혁법안 급물살 탈듯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의 간판 금융회사인 골드만삭스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골드만삭스가 투자자들에게 모기지 관련 금융상품을 팔면서 사기 행각을 벌였다는 내용이 발표되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SEC는 골드만삭스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부채담보부증권(CDO)을 판매하면서 투자자들에게 정보를 제대로 제공하지 않아 큰 손실을 안겼다며 맨해튼 연방지법에 고소했다고 16일 발표했다.

SE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2007년 4월부터 ‘아바쿠스 2007-AC1’이라는 이름의 CDO를 만들어 투자자들에게 판매했다. 이 상품은 여러 모기지 증권을 기초로 설계된 상품으로 모기지 증권 가치가 오르면 돈을 벌고, 가치가 떨어지면 돈을 잃는 상품이다.

월가의 헤지펀드인 폴슨앤드컴퍼니가 ACA매니지먼트라는 회사와 함께 이 상품을 만들었다. 어떤 모기지 증권을 기초자산으로 할지를 폴슨앤드컴퍼니가 사실상 선택한 것. 폴슨앤드컴퍼니는 아바쿠스의 기초자산이 된 모기지 증권 가치가 하락하면 돈을 벌 수 있는 신용부도스와프(CDS) 계약을 골드만삭스를 통해 사들였다. 결국 모기지 증권 가치가 떨어지면서 아바쿠스를 매입한 투자자들은 10억 달러 이상의 손실을 봤고 폴슨앤드컴퍼니는 10억 달러 이상의 이익을 냈다는 것.

뉴욕증권거래소의 골드만삭스 부스 안에 설치된 TV에서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뒤 주가가 급락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뉴욕증권거래소의 골드만삭스 부스 안에 설치된 TV에서 골드만삭스가 미국 증권 거래위원회로부터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뒤 주가가 급락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SEC는 폴슨앤드컴퍼니가 처음부터 가치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모기지 증권을 골라 CDO 상품을 만들었고 골드만삭스는 이 모든 과정을 투자자들에게 숨기고 CDO를 판매했다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폴슨앤드컴퍼니에 CDS를 판매하는 계약만으로 1500만 달러의 수수료를 받았다. SEC는 폴슨앤드컴퍼니를 기소하지 않은 데 대해 “투자자를 속이고 상품을 판매한 것은 골드만삭스”라고 밝혔다.

월가를 대표하는 골드만삭스가 사기 혐의로 기소되면서 미 상원에서 진행되고 있는 금융개혁법안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민주당 해리 리드 상원 원내대표와 로런스 서머스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골드만삭스 기소 사건으로 강력한 금융개혁법안의 필요성이 다시 입증됐다고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경제고문들과 만난 자리에서 “파생상품은 강력한 규제를 받아야 하며 파생상품 규제가 포함되지 않은 어떤 법안도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골드만삭스 기소 소식이 알려지면서 뉴욕 증시는 급락했다. 16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지수는 1.13%(125.91포인트) 하락한 11,018.66에 마감했다. 골드만삭스 주가는 12.79% 폭락했다. 국제유가도 2% 넘게 빠졌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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