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자 구조소식 끊겨 ‘절망’시신 집단화장 연기에 ‘눈물’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4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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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칭하이 강진 발생 5일째… 사망 1706명-실종 256명

전통장례방식 天葬도 포기
급거 귀국한 후진타오 구조 독려
도시 마비되자 한족들 탈출행렬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것밖에 없어요.” 17일 오전 할머니 루카조모 씨(58)는 산기슭에 설치된 임시 텐트 앞에서 티베트 불교 용구를 돌리고 있었다. 14일 오전 중국 칭하이(靑海) 성 위수(玉樹) 짱(藏)족자치주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그가 사는 제구(結古) 진은 폐허가 됐다. 집만 무너졌을 뿐 그의 가족은 모두 무사했다. 하지만 그는 식사를 잊은 채 희생자의 명복을 빌고 있다.

그의 어깨 너머로 검은 연기가 솟아올랐다. 지진 발생 4일째인 이날 오전 시신 740여 구를 한꺼번에 화장하는 연기였다. 짱족 장융(江永·20) 씨는 “원래 전통장례인 천장(天葬)을 하는데 사망자가 많아 화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산 비탈길을 내려오다가 만난 가족을 잃은 한 짱족 여성은 울면서도 기자에게 고생한다며 물 한 병을 내밀었다. 큰 재난이 사람의 따뜻한 마음까지 앗아가지는 못하고 있었다.

○ 속속 도착한 구조물자…곳곳에 텐트촌

18일 지진 발생 5일째로 접어들면서 생존자 발견 소식은 급감하고 있다. 제구 진 전역에서 구조대와 붉은 승복을 입은 현지의 라마승들이 구조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생존자 발견에 대한 희망은 줄고 있다.

주말을 지나면서 물자가 공급되자 사람들은 한숨 돌리고 있다. 주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텐트가 속속 도착하면서 곳곳은 거대한 텐트촌으로 변했다. 주말 내내 구조물자를 실은 수많은 트럭으로 제구 진 읍내는 물론이고 제구 진 입구 몇 km 전부터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고 있다.

17일 오전 칭하이 쭝헝(縱橫)물류 소속 트럭 운전사 저우청시(周成西·43) 씨는 “회사 트럭 300여 대가 모두 구조물자 수송에 동원됐다”며 “정저우(鄭州)에서 기차로 수십 시간을 올라온 구조물자를 트럭에 옮겨 싣고 18시간을 왔다”고 말했다.

구조물자 배급 때 쟁탈전을 벌였던 재해 주민들도 점점 질서를 유지하면서 물건을 받고 있다. 텐트가 부족해 불만은 여전했으나 한때 1500위안(약 24만 원)까지 올랐던 텐트 암거래 가격은 폭락했다.

○ 안정은 찾아가지만…


최초의 경악과 두려움은 가라앉고 있다. 통신은 불안정하지만 회복됐고 전기가 일부 들어오면서 가로등도 켜졌다.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았지만 야채와 생수 등 생필품을 파는 노점상이 17일 오후 눈에 띄었다.

의료진은 중상자가 급감했다고 전했다. 지진 발생 당일 현장에 도착한 팡타오(方濤) 의료대원은 “중상자는 눈에 띄게 줄고 있고 어린이 감기환자가 급증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도시 전체가 마비되면서 탈출행렬도 눈에 띈다. 민주로 38번지에서 면류 도매점을 운영하는 한족 황청샹(黃成相·32) 씨는 주말 고향인 충칭(重慶)으로 떠났다. 그의 옆집에서 찻잎 판매점을 운영하는 한족 창다란(强大蘭·43·여) 씨도 고향인 안후이(安徽) 성으로 향했다. 이들은 가게 문을 단단히 걸어 잠근 뒤 문 위에 페인트로 연락처를 큼지막하게 적었다. 황 씨는 “3일 밤낮을 여진의 두려움에 떨었고 먹을 것도 잠잘 곳도 없다”며 “여기 상황을 봐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무너진 폐허에서 가재도구를 꺼내 트럭에 가득 싣고 어디론가 떠나는 장면을 수차례 목격했다. 주변 지역의 친척들이 찾아와 재해 주민들을 데리고 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전염병을 막기 위한 방역작업도 시작됐다.

일각에서는 칭짱(靑藏)고원 외곽에 위치해 소수민족인 짱족들이 절대 다수인 이 지역의 열악한 경제상황이 이번 지진을 통해 여실히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흙과 나무로 대충 지은 집들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많은 인명 피해를 낳았기 때문이다. 한 중국 기자는 “목축업을 주로 해온 짱족들이 아무런 산업기반도 없는 이곳에 모여들면서 형성된 매우 가난한 도시”라며 “집이 조금만 더 튼튼했더라도 이 정도로 피해가 크지는 않았다”고 분석했다.

○ 후진타오 지진지역 방문해 독려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이 남미 방문일정을 앞당겨 급거 귀국해 18일 칭하이 성 위수 짱족자치주 위수 현 지진 발생 지역을 방문해 피해 주민들을 위로하고 인명 구조와 재해복구 작업을 독려했다. 이날 현재 사망 1706명, 실종 256명, 부상 1만2128명으로 집계됐다.

위수=이헌진 특파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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