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 배당 - 인센티브 등 정교한 사업계획 세워 운영
해적질도 비즈니스 모델이 될 수 있을까. 소말리아 해적이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미국 월간 시사지 애틀랜틱은 소말리아 해적 활동이 주먹구구식을 벗어나 자금 모집과 인센티브 모델을 활용한 ‘사업’ 수준으로 정교해졌다고 전했다. 경영대학원의 수업과정으로 채택될 수 있을 정도라고 한다. 애틀랜틱 인터넷판은 이달 초 공개된 소말리아 해적에 관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해적 사업 계획’을 23일 소개했다.
먼저 착수 자본을 제공할 투자자를 모은다. 선박을 나포할 해상활동 팀 8∼12명을 뽑는다. 이들에게는 최소한 공격선 2척, 무기 장비 식량 연료를 실을 보급선 1척이 필요하다. 수익의 ‘A급 지분 보유자’ 대우를 받는 해상활동 팀원은 무기를 각자 마련해야 한다. 유탄발사기나 기관총 등 중화기를 가져오는 팀원은 지분이 더 커진다. 나포 대상 선박에 가장 먼저 오르는 용감한 팀원에게는 별도의 보상이 주어진다.
해상활동 팀을 육지에서 지원하는 육상지원 팀 12명을 모은다. A급 지분 보유자 친구나 친척들이 이 일을 맡기도 한다. 육상지원 팀은 ‘B급 지분 보유자’ 대우로, 나중에 통상 1만5000달러 정도를 고정급으로 받는다. 해상활동 팀이 나포한 선박을 정박시키고, 인질로 잡은 선원을 감금하며 식사를 대주는 일 같은 ‘납치 관리 비용’을 대줄 투자자를 물색한다. 비용은 이자를 쳐서 갚아 준다.
나포된 선박의 선주와 협상이 끝나 몸값을 받으면 배분이 시작된다. 착수 자금 투자자에게 몸값의 30%가 돌아가고, 팀을 조직한 선임자들이 5∼10%, 그리고 B급 지분 보유자들에게는 정해진 고정급이 지급된다. 나머지는 A급 지분 보유자에게 나눠진다. 팀원들이 몸값을 훔쳐 달아날지 모르기 때문에 대우에 불만을 품지 않도록 철저히 인센티브 제도를 유지하고, 보상 수준은 공평하게 책정된다고 이 잡지는 전했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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