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간 미군 ‘아편 딜레마’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3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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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레반 돈줄 알면서도 민심 잃을까 재배 묵인

2001년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미군은 이 나라에 광범위하게 퍼진 아편 재배를 금지하려 했다. 그러자 아프간의 정부 일각에서는 이에 격렬히 반대했다. 그로부터 9년이 지난 지금 아프간 정부가 아편 재배를 근절하려고 하자 오히려 미군이 반대하고 나섰다. 이 희한한 현상은 아프간 헬만드 주 마르자에서 벌어지고 있다. 미 뉴욕타임스는 이 지역에서 미군이 처한 딜레마를 21일 보도했다.

세계에서 유통되는 아편의 90%는 아프간에서 재배된다. 아프간의 아편 생산량 50%를 책임지는 헬만드 주는 ‘세계 아편의 수도’라고 불릴 정도다. 마르자의 아편 재배는 사실상 탈레반이 장악하고 있다. 지난달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연합군이 대규모 공세를 펼쳐 탈레반으로부터 마르자를 탈환했지만 여전히 아편 재배 농가는 탈레반과 연결돼 있다. 탈레반은 활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농가에 아편을 재배하게끔 압력을 넣은 후 수확한 생아편을 사갔다. 아편 재배를 거부하는 농가에는 무력을 행사했다. 미군이 마르자에서 아편 재배를 근절시키면 대다수 마르자 주민의 생계가 끊기는 결과를 낳는다. 마르자 농업인구의 60∼70%가 아편을 재배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프간 민심을 얻는 데 주력하겠다”는 미군의 새로운 대탈레반 전략은 허사가 될 우려가 높다.

스탠리 매크리스털 미 아프간주둔군 사령관은 아편 판매대금이 탈레반에 흘러들어갈 것을 알면서도 마르자의 아편 재배를 근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그동안 아편 재배를 막아 왔던 아프간 정부 일각에서는 반대가 거세다. 줄마이 아프잘리 아프간 마약대책부 대변인은 “세계에서 사람을 죽이는 독약이 될 아편이 자라는 밭을 미군이 지키는 모습을 세계가 어떻게 바라보겠느냐”며 “결국 탈레반만 배불리게 해 미군의 뒤통수를 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아프간 정부의 아편 재배 근절 노력을 지지한다는 공식 견해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정부로서도 이 사안에 난감해하는 모습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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