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죽는 일 말곤 할수있는 게 없다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2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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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미얀마는 탄압
이웃 방글라선 추방… 보트피플 길도 막막
한줄기 희망도 끊긴 70 만명의 로힝야족
그들은 어디로 가나


“짐승을 죽인 사람도 처벌을 받는데 같은 종족을 죽인 사람들은 벌을 받지 않습니다. 우리는 짐승보다 못한 존재입니까.” 방글라데시의 로힝야족(族) 임시수용소에 머물고 있는 압둘 씨(69)의 푸념이다. 그는 “우리의 인권은 어디에 있느냐”고 호소했다. 로힝야족은 지금 갈 곳이 없다. 고국인 미얀마에 살 수도 없고, 바다로 탈출하는 길도 막혔다. 단속이 강화되면서 육로를 통해 방글라데시로 입국하는 것도 어려워졌다.

로힝야족은 미얀마의 소수민족으로 인구는 약 70만 명이다. 하지만 불교국가인 미얀마 정부는 대부분 이슬람 신자인 로힝야족을 아예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로힝야족은 강제노역에 시달리고 있으며 결혼과 이주도 금지된다.

이에 로힝야족은 탄압을 피해 무작정 바다로 나갔다. 2008년 12월 태국 해군이 자국으로 들어오려는 난민 992명을 무동력선에 실어 공해상으로 추방한 사건이 발생하면서 로힝야족의 ‘보트피플’ 실상이 널리 알려졌다. 인권단체들은 이 중 550명이 숨졌다고 주장했다.

로힝야족에게 남은 희망은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가는 것뿐이다. 그러나 세계 최빈국 중 하나인 방글라데시는 난민을 보살필 형편이 못 된다. 이 때문에 난민들이 아예 방글라데시로 들어올 생각을 못하도록 단속과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방글라데시 경찰은 올 1월에만 국경지역에서 2000여 명의 난민을 미얀마로 돌려보냈고 불법체류 중인 난민 500명을 체포했다고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이 전했다.

그럼에도 방글라데시 쿠투팔롱의 로힝야족 난민수용소의 경우 지난해 10월 이후에만 난민 6000명이 추가로 들어왔다. 난민수용소의 생활은 끔찍하다. 국경없는 의사회에 따르면 이곳에서 치료받는 환자 중에는 숲에 땔감을 주우러 나갔다가 성폭행을 당했거나 경찰과 주민들에게 구타를 당한 난민이 많다.

수용소의 난민 90%는 식량 부족으로 굶주리고 있으며 70명이 1개의 화장실을 쓴다. 우기가 절정에 달하는 3월 말∼4월 초에는 수인성 전염병이 창궐할 것이라고 뉴욕타임스는 우려했다. 국경없는 의사회 관계자는 “난민들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굶어죽는 것뿐”이라고 토로했다.

로힝야족의 기구한 처지에 국제사회는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유럽의회는 11일 방글라데시 정부가 로힝야족에게 난민 지위를 부여하고 인도적 지원을 늘릴 것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유엔난민기구(UNHCR)는 24일 미얀마 내 인권단체들과 통합기구를 구성해 로힝야족에 대한 지원을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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