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첫 국정연설… 70분 대부분 ‘일자리 창출’에 할애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9일 03시 00분


잇따른 선거 패배 의식해
안보-테러보다 경제 초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27일 국정연설의 핵심은 일자리 창출이었다. 70분 이상 이어진 연설 대부분은 일자리를 어떻게 창출할지를 설명하는 데 할애됐다. 건강보험개혁법안에 사활을 걸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에는 경제 문제가 오바마 대통령의 관심사임을 반영했다. 정치와 외교안보 테러 문제는 상대적으로 뒷전으로 밀려났다. 잇따른 선거 패배의 원인이 국민의 먹고사는 경제문제를 도외시했기 때문이라는 판단을 한 듯 첫 국정연설은 중소기업 지원, 수출 확대, 금융시스템 개선, 클린에너지사업 확충, 사회간접자본 투자 등 생활밀착형 주제에 집중됐다. 한반도와 관련해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 북한 핵문제를 직간접적으로 거론해 눈길을 끌었다.

○ 한미 FTA 처리 탄력 받을까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일자리 창출을 위해선 수출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제품을 많이 수출해야 미국 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향후 5년 안에 수출 2배 증가와 일자리 200만 개 창출이다. 농산품과 중소기업 제품의 수출을 늘리기 위해 국가수출위원회를 발족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경쟁국들처럼 새 시장을 공격적으로 공략해야지 곁자리에 끼어 앉아서는 일자리를 늘리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대표적인 공략 시장으로 아시아를 꼽았다. 그러면서 의회에 FTA 비준동의안이 묶여 있는 한국과 파나마 콜롬비아 등 3개국을 구체적으로 꼽으면서 교역을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FTA 단어를 꺼내지는 않았지만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이 3개국과의 FTA 비준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동안 무역 얘기를 꺼낼 때 아시아 시장과의 불공정무역을 거론하며 개선을 촉구했지만 국정연설에서 그 부분은 포함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의회에 FTA 조기비준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 같은 태도는 예전에 비하면 달라진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연내 FTA 전망이 밝은 것만도 아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직접 민주당 의원들을 설득하지 않는 한 연내 FTA 체결은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 북핵 단호한 의지 거듭 확인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직접 언급했다. 지난해 취임식 때 북한 핵문제를 거론하지 않았던 것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그는 이란과 함께 핵무기를 추구하는 나라로 북한을 지목하고 국제적인 합의를 어기는 데 대해 강력한 제재를 멈추지 않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했다. 이 같은 기조는 그동안 오바마 행정부가 줄곧 강조해온 원칙과 부합하는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점점 고립되고 적극적으로 이행되는 제재에 직면해 있는 것은 국제사회의 외교적인 노력이 강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국제사회의 공조를 강조했다. 이처럼 오바마 대통령이 국정연설에서 북한을 직접 꼽아 지목한 것은 올해 북핵 문제가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안보 분야에서 주요 의제로 다뤄질 것임을 예고하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북한의 2차 핵실험 직후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안을 주도했으며 이후 대북 압박을 계속해왔다. 이런 가운데 북한의 요구로 북-미 양자대화를 가지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친서까지 전달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는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에 원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천명한 것이다.

○ 중단 없는 건강보험 개혁 추진


매사추세츠 주 상원의원 선거에서 패배한 후 민주당의 독단적인 의회 운영이 구조적으로 불가능해져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 개혁과제인 건강보험개혁법안도 좌초될 위기에 처해 있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초당적인 자세로 개혁을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이 문제에 대해 발 빼지 않겠다”며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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