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 “기업 선거광고 규제는 위헌”

  • 동아일보
  • 입력 2010년 1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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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자유 위배” 5대4 결정
오바마 “기업 편향판결” 비난

미국 연방대법원은 21일 기업이 특정 후보를 편들기 위한 선거광고에 돈을 쓰지 못하도록 1947년 제정한 법조항이 헌법이 규정한 ‘언론의 자유’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미국에서는 선거 이슈나 쟁점에 찬반 의견을 제시하는 기업의 광고는 허용했지만, 특정 후보를 지지하거나 비난하는 선거 광고는 제한해 왔다. 이번 판결로 기업들이 올 11월 미국 중간선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이날 판결은 대법관 5 대 4 의견으로 결정됐다. 존 로버츠 대법원장과 앤서니 케네디, 앤터닌 스캘리아, 클래런스 토머스, 새뮤얼 얼리토 대법관은 기업의 선거광고 지원 제한 조항을 철회하자는 의견이었다. 보수성향의 케네디 대법관은 “그동안 현행법은 다양한 기업의 언론 자유를 제한함으로써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가 대중에게 전달되는 것을 막아왔다”고 찬성 이유를 밝혔다. 존 폴 스티븐스, 소니아 소토마요르,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스티븐 브레이어 등 4명의 대법관은 “계속 제한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즉각 성명을 내고 “이번 판결은 특수 이익집단들의 돈이 정치권에 쏟아져 들어올 수 있는 계기를 만든 것”이라며 “결국 일반 미국인들의 목소리를 잠재우면서 대형 석유회사, 월가의 은행들, 건강보험회사 등에 승리를 안겨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번 판결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의회와 협력해 대책을 세우겠다고 다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검토하는 대책 중에는 기업들이 선거 광고에 돈을 쓸 때는 사전에 주주들에게 의무적으로 설명하도록 하는 방안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처럼 연방대법원 판결을 강력하게 비난하며 대책 마련에 나선 이유는 전통적으로 친기업적인 공화당이 기업들의 선거광고 지원에 힘입어 11월 중간선거에서 약진할 것을 우려한 때문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끄는 민주당은 지금까지 기업보다는 노조의 지지를 주로 받아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번 판결이 미국 상공회의소와 전미총기협회, 막강한 자금력으로 선거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은 여러 보수적인 이익단체들의 성공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대법원은 기업 및 노조가 선거에 나선 후보들에게 직접적으로 정치헌금을 할 수 없게 한 현행 규정은 그대로 유지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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