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테러조직 알카에다의 주요 근거지로 떠오른 예멘 내 미국 및 영국 대사관이 3일 전격 폐쇄됐다. 이는 지난해 성탄절에 발생한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진 알카에다 아라비아반도지부(AQAP)의 ‘현재 진행 중인(ongoing)’ 테러 위협 때문인 것으로 언제 다시 문을 열지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
존 브레넌 백악관 국토안보보좌관은 이날 CNN 및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가 예멘의 수도 사나의 목표물을 타격하려 준비한다는 움직임을 파악했다”며 “미국은 대사관에서 근무하는 외교관과 다른 직원들의 생명을 놓고 모험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폐쇄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예멘에서 새로운 전선(戰線)을 구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치는 2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객기 테러기도 사건의 배후세력으로 알카에다를 처음으로 지목한 이후 나온 전방위 압박의 일환.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지휘하는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을 예멘으로 급파했다. 3일에는 미국과 영국이 예멘 중앙정부에 대테러 관련 자금 지원을 크게 늘리기로 합의했다.
○ “알카에다가 배후” 첫 언급
오바마 대통령은 2일 휴가지인 하와이에서 한 라디오 및 인터넷 주례연설에서 “여객기 테러를 기도한 범인은 예멘에서 알카에다 조직원으로 합류했으며 AQAP가 범인을 훈련시켜 테러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이어 “예멘 정부와 정보를 공유하고 협력해 알카에다를 소탕하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이 5일 소집하는 안보관계 장관회의에는 국무부와 국토안보부, 교통안전국, 국가대테러센터, 국가안보국, 중앙정보국 등의 책임자들이 참석한다.
○ 전방위 압박
퍼트레이어스 중부군 사령관은 2일 알리 압둘라 살레 예멘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알카에다를 겨냥한 예멘 정부군의 군사작전을 칭찬하고 대테러 지원 약속을 재확인했다. 살레 대통령은 “예멘 정부는 미국 및 국제사회의 지원하에 테러리즘과 싸울 것”이라고 화답했다고 예멘의 사바통신사가 보도했다. 예멘 정부도 알카에다의 주요 근거지인 마리브와 조프 등 2개 동부 산악지역에 병력 수백 명을 추가로 배치해 AQAP에 대한 공세를 한층 강화했다.
예멘에 대한 대테러 지원금도 크게 늘어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 정부가 올해 6700만 달러 규모였던 지원 금액을 내년에는 1억9000만 달러로 2배 이상 증액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영국 정부도 3일 성명을 통해 “예멘과 소말리아에서 높아지고 있는 테러 위협에 맞서기 위해 미국·영국 공동 대응을 강화하기로 합의했다”며 자금 지원 확대에 동참할 뜻을 밝혔다.
○ 테러 정국으로 급선회한 워싱턴
미국 내에선 오바마 대통령이 이번 테러기도 사건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다행히 불발에 그쳤지만 국가안보 체계 곳곳에서 심각한 허점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당초 1월 정국에서는 건강보험 개혁법안의 후속 처리 문제가 핵심 이슈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테러대책이 현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상원 정보위원회는 21일부터 노스웨스트항공 테러기도 사건 청문회를 열고 당국의 책임 문제를 추궁하기로 했다.
한편 1일 파키스탄 노스웨스트프런티어 주 라키마르와트 시의 한 운동장에서 발생한 차량 폭탄테러로 96명이 사망했으며 100여 명이 다쳤다고 외신이 2일 보도했다. 경찰에 따르면 테러범은 전날 오후 폭탄이 장착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배구 경기가 진행 중이던 경기장으로 몰고 가 자폭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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