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日 힘겨루기, 후텐마서 경제로 번지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2일 03시 00분


코멘트

“시장 공정경쟁 보장-진입장벽 철폐”
美무역대표부, 日에 잇따라 요구

미국의 대외 통상무역 정책을 총괄하는 미무역대표부(USTR)가 최근 잇따라 일본 측에 공정한 경쟁조건과 시장 진입 장벽 철폐 등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 비행장 이전 문제를 둘러싸고 불편해진 양국 관계의 불똥이 경제 현안에까지 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21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USTR의 드미트리오스 마란티스 부대표는 이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최근 하토야마 정부의 우정그룹 민영화 계획 백지화에 대해 “일본 시장에서 영업하고 있는 미국 기업이 우정사업과 대등한 경쟁 조건을 가져야 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특히 미국 기업이 불이익을 당할 수 있는 사업 분야로 은행과 보험, 수송 등 3개 분야를 제시했다. 280조 엔이 넘는 막대한 자금을 보유하고 있는 우정그룹의 은행 및 보험사업 부문과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고 문제 삼은 것이다. 우정그룹은 전국에 택배 서비스망을 갖춘 거대 수송 부문을 거느리고 있다.

마란티스 부대표는 “우정그룹을 민영화할지는 일본 정부가 결정할 문제지만 해외 기업이 우정그룹과의 경쟁에서 불리하지 않도록 정책 협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USTR는 최근 일본 정부의 연료소비효율성이 좋고 이산화탄소 배출이 적은 친환경차(에코카)에 대한 보조금 지급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현재 일본에서 시행 중인 에코카 구입 지원 대책 대상에 미국차가 포함되지 않은 데 대해 불만을 나타낸 것. 일본의 친환경차 구입비 지원책은 일정한 연비 수준을 충족할 경우 최대 25만 엔까지 차량 구입 보조금을 주는 제도.

보조금이 지급되는 대상으로는 일본 차량의 경우 전체의 절반가량이 해당하지만 수입차는 메르세데스벤츠 등 일부 차종에 국한돼 있으며 미국 차량은 아예 포함돼 있지 않다. 이 때문에 미국의 자동차 빅3인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크라이슬러 등 3사는 일본 자동차에 유리한 이 제도에 불만을 갖고 USTR에 제도 변경을 강력히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일본 내에서는 USTR가 일본 정부에 최근 잇따라 공정경쟁 등을 요구하고 나선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토야마 정부의 후텐마 기지 이전 결정 보류로 섭섭해진 미국이 경제 현안을 내세워 일본을 공격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정부는 최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기후변화회의 정상회의에서 일본 측의 정상회담 요청을 거부한 데 이어 양국 간 동맹 심화 회의를 연기하는 등 양국 관계가 냉랭한 상태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