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위구르족 20명 강제송환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2월 2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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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방문 하루 앞두고 中 압력에 끝내 굴복

캄보디아로 탈출해 정치 망명을 신청했던 7·5 우루무치(烏魯木齊) 사태 관련 위구르족 20명이 19일 중국으로 송환됐다. 캄보디아 내무장관 키우 소피크 중장은 이들을 프놈펜 국제공항에서 이날 오후 9시 15분 중국이 보내 온 특별기편으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들의 송환은 일본 한국에 이어 20일과 21일 캄보디아를 방문하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부주석의 도착 하루 전 이뤄졌다. 이달 초 탈출해 망명을 신청했던 22명 중 2명은 송환에서 빠졌다. 이에 대해 캄보디아 정부는 “행방을 감췄다”고만 설명했다.

이번에 송환된 이들은 우루무치 사태 이후 탈북을 도왔던 선교사들과 기독교 단체의 도움으로 탈출해 유엔난민고등판무관실(UNHCR)의 보호를 받아왔다. 미국과 UNHCR, 국제앰네스티 등 인권단체들은 일제히 위구르족을 추방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캄보디아 프놈펜 주재 미국대사관 존 존슨 대변인은 “믿을 만한 정치적 망명 지위 여부에 대한 결정 없이 송환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캄보디아 정부도 이들이 정치적 망명 자격이 있는지를 UNHCR와 함께 면담해 판단할 것이라고 밝혔으나 결국 송환한 것. 중국은 캄보디아에 대한 제1투자국이자 시 부주석의 방문까지 겹쳐 캄보디아로서는 중국의 요구를 거부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중국 내 티베트 및 위구르 문제 전문가인 왕리슝(王力雄) 씨는 “이번 송환은 중국의 동남아시아에 대한 영향력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 것으로 캄보디아는 중국의 압력을 견디기에는 너무나 작은 나라”라고 말했다. 한편 미국은 관타나모 수용소에 수감 중인 위구르족 출신들을 송환하라는 중국의 요구에 ‘돌아가면 고문을 당할 우려가 있다’며 돌려보내지 않고 있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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