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분석]美-日 동맹, 식어가는 50년 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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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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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동맹심화회의 연기”→日 “후텐마 각료급 협의 중단”
후텐마기지 이전 갈등 격화… 코펜하겐 정상회담도 불투명


미국과 일본 간 최대 현안인 오키나와(沖繩) 현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을 둘러싸고 양국관계가 급격히 냉각되고 있다.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일본 외상은 후텐마 문제를 논의해온 미일 각료급 협의를 중단한다고 8일 밝혔다. 그는 “연립정권 우선론, 결론 유보론, 새로운 이전 후보지 물색 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각료급 협의의 범위를 벗어나는 것”이라며 “정부 방침이 정리되면 각료급 협의가 아예 필요 없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 측이 내년 미일안보조약 개정 50주년을 맞아 양국 정상이 합의했던 동맹관계 심화 회의를 연기하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직후에 나온 발언이다.

양국 간 대화의 문도 속속 닫히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최근 기후변화 문제에 대해 주요국 정상과 전화외교를 하면서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총리는 제외했다. 미 국무부 관리들은 후텐마 문제를 설명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하토야마 총리의 측근 데라시마 지쓰로(寺島實郞) 다마(多摩)대 총장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코펜하겐 유엔 기후회의에서의 미일 정상회담도 불확실하다.

그 배경에는 후텐마 기지 이전에 관한 기존의 미일 정부 합의를 뒤집으려는 하토야마 내각의 처신과 이에 대한 미국의 불신이 자리하고 있다. 하토야마 내각은 후텐마 문제 결정 시기에 대해 ‘연내 결정’과 ‘내년으로 연기’ 사이에서 수시로 입장을 번복해 미국의 불신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좀 더 중요한 ‘이전 후보지’ 선정과 관련해선 △양국이 기존에 합의한 오키나와 현 나고(名護) 시 헤노코(邊野古)에 있는 슈워브 기지로 이전 △오키나와 현 외 또는 일본 국외 이전 △오키나와 가데나(嘉手納) 기지로의 통합 △제3의 후보지 물색 등을 놓고 오락가락해 미국을 화나게 했다. 참다못한 일본 언론도 일제히 매서운 비판에 나설 정도다.

존 루스 주일 미국대사가 4일 “이대로 가면 미일관계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데 이어 지일파인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장관도 8일 도쿄 심포지엄에서 “미일동맹이 백지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며 일본 정부의 태도를 문제 삼았다. 미국은 후텐마 문제가 본토 병력을 포함한 동아시아 주둔 미군의 전체적인 재편과 연결돼 있어 물러설 수 없는 상황이다.

궁지에 몰린 하토야마 총리는 9일 “12월이 됐으니 미국에 협상 재료로서 주장할 (정부의) 방침을 확정하겠다”고 했지만, 이 발언이 이전 후보지를 조만간 최종 결정하겠다는 뜻인지는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

기존의 미일합의를 뒤집으려는 일본의 움직임에도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는 미국의 대응을 볼 때, 실제로 일본이 이런 결정을 내렸을 경우 양국관계가 얼마나 요동칠지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미일동맹이 기로에 놓여있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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