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인 5명 탄 요트, 페르시아만서 이란에 나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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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9년 12월 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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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방교섭, 핵갈등에 더 꼬이나

이란과 미국 및 유럽이 핵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는 가운데 영국인 5명이 탄 요트가 걸프 만에서 이란 해군에 나포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영국 외교부는 1일 “올리 스미스 선장(31)을 포함한 영국인 5명이 승선한 요트가 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바레인에서 출발해 항해하던 중 이란 해군에 나포됐다”며 “이들은 ‘무심코(inadvertently)’ 이란 영해를 침입한 것으로 보이며 현재 모두 건강한 상태”라고 밝혔다.

BBC뉴스 등에 따르면 스미스 선장 등은 선체 길이 약 20m의 경주용 요트를 몰고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가던 길이었다. 26일 두바이에서 열리는 두바이∼무스카트(오만의 수도) 580km 요트경주대회에 참가할 예정이었다.

영국 외교부는 당초 선원들의 안전을 위해 나포 사실을 공개하지 않은 채 물밑 접촉에 나섰으나, 가족들의 요구에 의해 공식 대응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꿨다. 데이비드 밀리밴드 외교장관은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테헤란 주재 영국대사관 등을 통해 이란 당국과 교섭을 시도 중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 등은 “이슬람 축제인 ‘이드 알 아드하(희생제)’ 기간이라 이란 고위관리들을 만나기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현재까지 이란 정부나 언론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를 두고 영국 내부에서는 낙관과 비관적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일각에선 이란이 영국인을 억류했다 곧 석방했던 과거 사례를 들어 원만한 해결이 날 것이라 점치고 있다. 2007년 3월 영국 선원 15명이 걸프 만 북쪽 공해상에서 이란에 붙잡혔으나 13일 만에 풀려난 바 있다.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스파이로 의심할 어떤 정황도 없어 전통 이슬람 복장을 입고 사진 몇 장만 찍으면 풀려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최근 연이은 이란과 서양사회 간의 핵문제 갈등이 사태를 꼬이게 할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이란이 우라늄 농축시설 추가 건설을 강행하자 영국은 누구보다 강력하게 비난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인디펜던트는 올해 △미국인 3명이 이란-이라크 접경 지역에서 이란에 체포되자 현재 사법당국이 간첩 혐의로 고발한 것 △이란계 미국인 여기자 록사나 사베리 씨가 징역 8년형을 선고받고 4개월간 구금됐다 집행유예로 석방된 사례 등을 들며 “영국 정부는 최악의 시나리오도 염두에 두고 신중하게 움직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양환 기자 r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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