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에 덴 오바마, 印에 화끈한 구애

싱 총리와 두시간 정상회담… 대형 특설텐트서 국빈만찬
“21세기 결정적 협력관계 될것”… 매년 각료회담 열기로

“앞으로 미국과 인도의 관계는 21세기의 ‘결정적인 협력관계(defining partnership)’가 될 것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에서 만모한 싱 인도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뒤 이스트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두 나라의 공고한 협력관계를 강조하는 말을 두 번 했다. 두 사람은 이날 백악관 대통령집무실에서 2시간 동안 비공개 정상회담을 가졌다. 싱 인도 총리의 방미는 오바마 대통령 취임 후 첫 국빈 방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최고의 의전을 갖춰 싱 인도 총리를 맞았다.

○ 미-인도 경제전략대화 구상…중국 견제 포석

정상회담에서 미국과 인도는 상호전략적인 파트너 관계를 맺기로 약속하고 경제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매년 각료급 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이를 위해 티머시 가이트너 미 재무장관은 내년 초 인도를 방문한다. 양국의 이 같은 경제전략대화 구상은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 이래 경제협력을 위해 미국이 중국과 매년 두 차례 개최해 온 미-중 경제전략대화를 연상케 한다. 앞으로 경제뿐 아니라 안보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백악관의 이 같은 구상은 ‘빅2’로 불리는 거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갈수록 힘이 커지고 있는 중국을 견제하는 카드로 인도를 선택했다는 것.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인도는 다른 나라에 대한 지배욕 없이 세계에 번영을 가져다 줄 지도국들”이라며 인도를 치켜세웠다.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은 “싱 총리의 첫 국빈 방문은 국제무대에서 인도의 경제와 정치적 힘을 인정하는 존경의 표시”라고 말했다.

○ 안보 분야도 긴밀한 협력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인도는 주요 국제 현안을 논의할 핵심 파트너”라면서 “싱 총리의 초청을 받아들여 내년에 인도를 방문하겠다”고 약속했다. 두 정상은 사법 및 정보기관 간 정보 공유를 위해서도 긴밀하게 협력하기로 합의했다. 이와 함께 다음 달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리는 유엔 기후변화협약 정상회의에서 포괄적인 합의를 위해 한 발짝 다가섰다고 밝혔다.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과 S M 크리슈나 인도 외교장관은 이날 청정에너지 개발 협력 등 8개의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미국 외교전문지인 포린폴리시는 “1년 전 발생한 뭄바이 테러는 미국과 인도가 남아시아 지역에서 더욱 긴밀한 대(對)테러전 협력의 필요성을 느끼게 하고 있다”면서 “국가안보와 정보, 대테러전 분야에서 인도와의 협력수준을 이스라엘 및 영국과의 협력수준으로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평가했다.

○ 극진했던 만찬

인도는 오바마 대통령의 최근 아시아 순방 때 제외됐다. 인도는 오바마 대통령이 베이징 방문에서 파키스탄 문제를 처리하는 데 중국 역할을 지나치게 강조한 점을 거론하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미국이 인도의 역할을 더욱 강조할 것을 기대해 왔다.

실제로 이날 국빈만찬 행사에서도 인도를 극진하게 환대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였다. 미국 일부 주지사와 정치인, 할리우드 스타 및 유력 인도 인사 등 400여 명의 인사를 초청해 백악관 잔디광장 대형 특설텐트에서 국빈만찬 행사를 열었다. 퍼스트레이디인 미셸 오바마 여사는 채식주의자인 싱 총리를 배려해 백악관에서 자신이 직접 가꾸는 텃밭에서 재배한 아루굴라 야채를 내놓았다. 싱 총리는 “오바마 대통령의 환대에 놀랐다”면서 “당신은 민주주의와 다양성, 공평한 기회를 소중히 여기는 모든 사람에게 귀감이 되고 있다”고 화답했다.

워싱턴=최영해 특파원 yhchoi6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