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모한 싱 인도 총리가 22일 오후 미국 워싱턴 교외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해 닷새간의 공식 방미(訪美) 일정에 들어갔다. 버락 오바마 정부 들어 첫 국빈 초청이다. 미 국무부 윌리엄 번스 정치담당 차관은 23일 AP통신에 “미 정부가 인도와의 강력한 유대관계를 얼마나 중요시하는지 보여 준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외신은 싱 총리의 방미가 상당히 미묘한(delicate) 시기에 이뤄졌다며, 아시아 순방을 마친 오바마 대통령이 아시아 강국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 잡기’를 해야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앞서 17일 오바마 대통령은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공동회견에서 “파키스탄의 안정을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파키스탄과는 카슈미르 분쟁이 계속되고, 중국과는 해묵은 영토 문제를 안고 있는 인도로서는 자존심이 상했다. 취임 이래 10개월 동안 오바마 정부의 대아시아 외교정책은 경제위기라는 측면에서는 중국에, 대테러전쟁이라는 측면에서는 파키스탄에 집중해 온 것이 사실이다.
이 때문에 중국을 ‘G2(세계 2대 강국)’라고 명명하는 것에도 불쾌감을 표시할 정도로 세계 강국 지위를 바라는 인도에서는 오바마 정부에 대한 불신이 싹틀 정도였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23일 “인도 관료들은 전임 조지 W 부시 정부가 21세기 인도의 역할에 대해 가졌던 기본적 지향점을 오바마 정부도 공유하고 있는지 의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냉전 시기까지 냉랭했던 양국 관계는 전임 부시 정부 때 급속도로 가까워졌고 지난해 미국 핵연료 및 기술을 인도가 구입할 수 있도록 한 민간 핵 협정 체결에까지 이르렀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은 대테러전쟁에 중요한 도움이 되며, 중국에 대한 균형추 역할을 하고, 세계 무역·기후변화 협상의 열쇠가 될 인도에 미국이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동시에 그는 새로운 미-인도 관계가 중국을 봉쇄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애써야 하며, 인도와 오랜 적대관계인 파키스탄에 반감을 심어줘서는 안 되는 어려운 줄타기를 해야 한다고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지적했다.
싱 총리는 24일 오바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아프가니스탄 문제, 기후변화, 핵에너지 협력, 인도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보장 등 여러 이슈를 논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