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터미널’처럼 공항서 먹고자고…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8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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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인권운동가 펑정후 씨 中입국 불허에 日서 농성

1977년 이란의 팔레비 정권에 항거하다 추방당했던 이란인 메흐란 카리미 나세리 씨(67)는 1988년부터 18년간 프랑스 샤를 드골 공항 제1터미널에서 살았다. 그의 이야기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영화 ‘터미널’(2004년)의 모티브가 됐다. 최근 일본 나리타(成田) 국제공항에도 나세리 씨와 비슷한 처지의 중국인이 있다. 20년 전 6월 톈안먼(天安門) 사태에 참여했던 인권운동가 펑정후(憑正虎·55·사진) 씨는 4일부터 나리타공항 터미널에서 숙식을 하고 있다.

일본 중국연구소의 외국인 특수연구원 신분으로 일본에서 계속 머물 수 있는 특수비자를 갖고 있는 펑 씨는 3일 전일본항공(ANA)편으로 상하이(上海) 푸둥(浦東)국제공항에 도착했지만 상하이 당국은 그의 입국을 허락하지 않았다. ANA 측은 펑 씨를 억지로 태우고 일본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는 일본으로의 재입국을 거부했다. 그는 17일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엄연히 중국인인 나를 조국은 쫓아내고 사실상 납치돼 다시 일본으로 돌아온 것은 나도, 중국도 수치”라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펑 씨는 톈안먼 사태 이후 중국 공안당국의 탄압을 피해 1990년대 초 일본으로 건너갔다. 1999년 상하이로 돌아온 펑 씨는 컨설팅 회사를 차렸지만 2001년 이해할 수 없는 혐의로 체포돼 3년 징역형을 선고받고 2004년 풀려났다. 올해 4월 일본인과 결혼한 여동생을 만나러 상하이를 떠나 잠시 일본에 온 그는 이번을 포함해 8번이나 상하이로 가려 했지만 실패했다.

펑 씨는 나리타공항의 보안구역에서 앞면에는 ‘납치(kidnapped)’, 뒷면에는 ‘불의(injustice)’라는 글귀가 쓰인 흰색 티셔츠를 입은 채 ‘농성’ 중이다.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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