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일본 국왕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여 인사한 것에 대해 말들이 많다. 국무부 입장은 무엇이냐?"(미국 기자) "언론 보도를 통해 봤다. 대통령이 그렇게 인사한 것은 일왕에 대한 존경의 표시였다고 생각한다. 이와 관련한 국무부의 반응은 따로 없다."(이언 켈리 국무부 대변인)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의 국무부 정례 브리핑장.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본 국왕에게 90도로 허리를 꺾어 인사한 것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이언 켈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외교적인 의례(protocol)를 지킨 것일 뿐"이라고 말했지만 기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해 추궁성 질문을 계속했다.
"대통령이 일왕을 만나면 어떻게 인사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전을 사전에 국무부가 준비했나?"(기자)
"그것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은 잘 모르겠다. 물론 국무부에는 의전실이 따로 있다. 하지만 대통령이 90도 인사를 한 것에 대해서는 경위가 어떤지 잘 모른다. 백악관에 직접 물어보는 게 좋겠다."(대변인)
"인터넷에서 말들이 많다. 대통령의 90도 인사를 '반역' '배반'이라고 욕하는 글도 떠 있다."(기자)
"좀 심하다. 일왕에 대한 자연스런 존경의 표시를 한 것이다."
미국을 대표하는 대통령이 일왕에게 굽실거리는 모습을 보여준데 대한 추궁성 질문이 이어지자 이언 켈리 대변인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기자들은 "대통령이 외국에서 일왕과 같은 인물을 만날 때 대통령의 인사법은 어떻게 준비되느냐"고 묻는가하면 "프로토콜은 국무부가 준비하는 것이냐, 아니면 대통령 본인이 판단하는 것이냐"고 추궁하기도 했다.
국무부 브리핑에서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진 것처럼 미국 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일왕에게 90도 인사를 한 데 대해 논란이 뜨겁다. 특히 인터넷에서는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많이 올라 있다.
미국 TV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아키히토 일왕에게 90도로 인사하는 장면을 반복해서 내보내면서 찬반 토론을 부치는 등 관련 내용을 계속 보도했다.
폭스 뉴스는 "오바마 대통령의 '조용한' 인사(90도로 한 절)는 미국의 자존심과 우월성이 잘못됐다고 일왕에게 사과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면서 "대통령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뚜쟁이 질을 했다"고 비난했다. 폭스뉴스는 또 "과거 미국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일왕에게 90도 인사를 한 적은 한번도 없었으며 그렇게 해야 한다고 얘기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면서 "지도자들은 서로 쳐다보고 웃으면서 손을 잡는 게 바른 예의(protocol)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일본에 사과할 게 아무 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90도 인사를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4월 런던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 오바마 대통령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압둘라 국왕에게 허리 굽혀 인사했다. 대통령의 이 같은 행동에 대해 "나라의 격을 떨어뜨린 행위"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백악관은 당시 "허리를 굽혀 인사한 개 아니라 체구가 작은 사우디아라비아 국왕과 악수하면서 눈높이를 맞추려고 수그린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당시 사진이나 비디오를 보면 오바마 대통령은 허리를 크게 숙이면서 인사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TV들은 과거 더글러스 맥아더 전 유엔군 총사령관이 히로히토 일왕 옆에서 뒷짐을 지고 찍은 흑백사진과 딕 체니 전 부통령이 똑바로 선 자세로 일왕과 악수하는 사진을 오바마 대통령이 일왕에게 인사하는 사진을 대비시켜 보도하고 있다. 또 1971년 닉슨 대통령이 알래스카를 방문한 히로히토 일왕에게 가볍게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사진도 소개하면서 대통령의 90도 인사에 대한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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