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텐마 이전문제 오락가락…하토야마 사면초가

  • 동아일보

미일정상회담 합의 번복에 오카다 외상 “동맹국에 악영향” 비판

자민당-오키나와 주민-언론-美 등서 비난 봇물
‘정권 트로이카’ 오자와 간사장-간 부총리도 외면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내각이 후텐마(普天間) 미군비행장 이전 문제에 발목을 잡혀 사면초가에 빠지는 양상이다. 자민당 정권 시절 미일 정부가 합의한 이전 계획의 이행 여부와 새 정부의 방침 결정 시기를 둘러싸고 오락가락하는 발언이 계속되면서 정치권과 오키나와(沖繩) 주민, 언론, 미국 등으로부터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하토야마 총리가 합의 정신을 사실상 번복한 것이 결정적 계기다. 하토야마 총리는 13일 정상회담에서 미일동맹 강화를 강조하면서 후텐마 문제에 대해 “각료급 협의체에서 빨리 결론을 내자”고 했다. 그러나 이튿날인 14일엔 “기존의 미일 합의가 전제라고 오바마 대통령은 생각하고 싶겠지만 결론이 정해진 회의체는 의미가 없다”며 “연말까지 결정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16일 오키나와 현을 방문한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외상은 “미일 합의를 백지로 돌리는 것은 미일동맹에 악영향을 준다”며 총리와 다른 견해를 밝혔다.

자민당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정조회장은 15일 “정상회담 합의를 뒤집은 총리의 발언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배신행위”라며 강력히 비판했다. 나가시마 아키히사(長島昭久) 방위성 정무관도 NHK에 출연해 “총리의 발언에 깜짝 놀랐다. 놀라지 않은 사람이 없을 것이다”며 당혹스러워했다. 방위성의 한 간부는 “미국에 부끄럽다”고 말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전했다.

하토야마 총리는 내년 1월 오키나와 나고(名護) 시장 선거 결과를 보고 방침을 정할 생각이지만, 정치권에서는 “일본과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 문제를 시골 여론에 맡기는 게 옳은 일인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총리의 발언이 위태롭다”며 “미일관계가 냉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오카다 외상은 오키나와에서 후텐마 비행장의 현 내 이전 찬성파와 반대파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샀다. 찬성파는 “시간을 끌면 반대파의 기대감만 높여준다”며, 반대파는 “빨리 총선 공약을 실행하라”며 압박한 것이다. 14, 15일 실시한 아사히신문 여론조사에서는 취임 직후 71%였던 내각 지지율이 62%로 떨어졌다. 외교정책에 대한 지지율은 36%로 국정분야별 지지율 가운데 가장 낮았다.

이처럼 하토야마 총리가 어려움에 빠졌지만 그를 보좌해야 할 총리실이나 히라노 히로후미(平野博文) 관방장관도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총리와 함께 ‘정권 트로이카’인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 간사장과 간 나오토(菅直人) 부총리도 후텐마와 관련해서는 한마디도 총리를 거들어주지 않는 상황이다.

도쿄=윤종구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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