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미셸은 같이 안왔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4일 03시 00분


학기중인 두 딸 뒷바라지깵 미유키와 만남 불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은 당초 예정시간을 훨씬 넘겨 1시간 30분간 진행됐다. 이들은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버락” “유키오” 등 서로 이름을 부르며 친분을 과시했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기자회견 도중 ‘파트너십’ ‘미일동맹’ ‘협력’ ‘협조’ ‘동반자’ 등 긍정적인 단어를 자주 사용해 부드러운 양국 관계를 연출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돋보였다.

또 하토야마 총리는 “최근 미 텍사스 군기지 총기난사 사건은 유감”이라며 위로의 말을 전하고 이어 “아시아 순방 첫 방문국으로 일본을 선택해 줘 일본 국민으로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미일 동맹은 일본외교의 기축”임을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이에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일본은 이미 대등한(equal) 관계다.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와 미래에도 그럴 것”이라며 “미일 관계 발전은 우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아시아 발전에도 도움이 된다”고 화답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순탄치 못한 미일 관계를 염려한 듯 이번 정상회담 준비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특히 하토야마 총리는 외무성의 핵심 관료들과 11, 12일 이틀 동안 밤늦게까지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스터디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무성과 방위성도 “미일 관계는 오키나와 기지 문제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이번 회담을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준비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일본 정부는 경찰 1만6000여 명을 도쿄 시내에 배치해 오바마 대통령의 경호에 만전을 기했다. 후쿠이(福井) 현의 오바마(小濱) 시 주민 수십 명은 오바마 대통령의 얼굴을 그려 넣은 티셔츠를 입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선물을 전달하려고 시도했지만 삼엄한 경비에 막혀 아쉬워했다. 반면 미군의 일본 주둔에 반대하는 시위대 100여 명은 이날 도쿄 시내에서 “미일 정상회담 반대”를 외치며 거리행진을 했으나 경찰과의 충돌은 없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의 부인 미셸 여사는 이번 아시아 순방길에 동행하지 않았다. 미셸 여사는 두 딸이 학기 중이어서 이들의 뒷바라지를 하려고 이번 순방에 나서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 관계자는 이날 일본 언론에 “미셸 여사는 공무도 있지만 무엇보다 자식들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과 국민은 미셸 여사가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일에 동행해 평소 독특한 패션과 발언으로 화제가 되고 있는 하토야마 총리의 부인 미유키(幸) 여사를 만났다면 두 퍼스트레이디의 만남이 상당히 시선을 끌었을 것이라면서 아쉬워하는 모습이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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