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당일 “난 이제 여행떠난다”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1월 1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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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기지 총기난사범 올 여름 전입직후 무기구입

“이제 여행을 떠납니다. 내일 난 여기 있지 않을 겁니다.”

미국 텍사스 주 포트후드 기지에서 ‘미군 역사상 최악의 총기난사 사건’이 터진 5일 오전 6시 범인 니달 말리크 하산 소령(사진)은 기지 근처 모스크(이슬람 사원)에 아침 기도를 하러 와서는 주위 사람들에게 이같이 말했다고 뉴욕타임스가 9일 전했다. 하산 소령은 다른 신자들에게 ‘작별 인사’를 했고 그중 한 사람에게는 그동안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했다.

6시간 뒤 하산 소령은 해외 파병을 앞둔 군인들이 신체검사를 받던 기지 행정사무소로 들어가 기도를 하듯 엄숙하게 몇 초간 머리를 숙이고 있다가 “알라후 아크바르(아랍어로 ‘신은 위대하다’는 뜻)”라고 외친 뒤 몇 분 만에 13명을 총으로 쏴 죽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하산 소령은 오래전부터 범행을 준비해 온 것으로 추정된다. 수사 관계자들은 그가 지난여름 포트후드 기지로 옮겨 온 바로 다음 날 총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낡은 아파트에서 검소하게 살았으며 월급이 많아 총을 구입하는 데 1100달러(127만 원)를 썼다. 살상력이 뛰어난 벨기에제 권총도 범행에 이용했다.

수사 관계자들에 따르면 지난 몇 년간 하산 소령은 이라크 및 아프가니스탄전쟁을 반대하는 자신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군인으로서의 의무와 종교적 신념 사이에서 심한 정신적 고통도 겪었다. 영국 텔레그래프 인터넷판은 8일 하산 소령이 월터리드 미 육군 보훈병원에 근무할 때 수십 명의 동료 앞에서 “이슬람을 믿지 않는 이교도들은 참수당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하산 소령의 친척들은 “하산은 군을 떠나고 싶어 했지만 그것이 완전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다”고 말했다. 그는 모스크에 나와 군 내부에서의 무슬림 차별에 대해 심하게 비난하곤 했다.

하산 소령에 대한 수사는 점차 확대되고 있다. 연방 수사당국은 하산 소령의 범행이 미국에서 태어나 버지니아 주의 한 모스크에서 지내다 알 카에다 지도자가 된 안와르 알 아우라키와 관련이 있는지 광범위하게 수사 중이라고 워싱턴포스트가 9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하산 소령은 2001년 알 아우라키가 이맘(이슬람 성직자)으로 있던 버지니아 주 폴스 처치의 다르 알 히즈라 사원에 다녔다. 이 사원에는 2001년 9·11 테러범인 사우디아라비아 출신 나와프 알 하즈미와 칼리드 알-미드하르도 다녔다.

전지성 기자 ver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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