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손한 오바마, 잔잔한 감동

  • 입력 2009년 10월 1일 02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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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라도 농구 못하면 못살아”미국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내던 8월 26일 미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비니어드 섬 농구장에서 참모들과 농구경기를 벌이는 사진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마서스비니어드=EPA 연합뉴스
“하루라도 농구 못하면 못살아”
미국 백악관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여름휴가를 보내던 8월 26일 미 매사추세츠 주 마서스비니어드 섬 농구장에서 참모들과 농구경기를 벌이는 사진을 지난달 29일 공개했다. 마서스비니어드=EPA 연합뉴스
“신종플루 백신접종 순서대로” “개인외출 땐 교통신호 기다려”

취임 9개월을 넘기고 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특권의식을 버린 ‘겸손한’ 행보가 잔잔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 “남들처럼 기다리겠다”

지난달 29일 백신 전문업체 사노피 파스퇴르는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예방백신을 처음으로 배포하기 시작했다. 보건당국이 정확한 통계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현재까지 미국 내 감염자는 수백만 명에 달하고 적어도 600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신종플루는 공포의 대상이다.

보건부는 백신 제조회사와 계약해 600만∼700만 도스(1도스=1회 접종량)를 1차 공급하기로 했지만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실정. 캐슬린 시벨리어스 보건부 장관은 이에 따라 임신부→6개월 미만 영아의 보호자→병원 및 응급실 종사자→6개월 이상 아동→25∼64세 중 만성질병이 있는 성인 순으로 백신 공급 우선순위를 정했다.

이와 관련해 오바마 대통령은 “나와 가족도 일반 국민처럼 차례를 기다렸다가 신종플루 백신을 맞겠다”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나도 백신 접종을 하고 싶고 그렇게 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두 딸인 말리아(11)와 사샤(8)는 나이가 어리기 때문에 좀 빨리 차례가 돌아오겠지만 내가 기다리는 순번은 꽤 뒤로 밀려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CNN은 “대통령은 ‘내가 특별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국민에게 던졌다”고 보도했다.

○ 보통 아빠

지난달 26일 오전 미국 워싱턴 백악관 동쪽 문, 오바마 대통령을 태운 차량 행렬이 어디론가 향했다. 유엔총회와 피츠버그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중요한 외교 이벤트를 마친 대통령의 주말 첫 외출이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식의전 차량인 크라이슬러 리무진 대신 GM이 만든 스포츠유틸리티(SUV)인 셰비서브어번 차량을 이용했다.

워싱턴 서북부로 향하는 이 SUV를 호위하는 차량은 평소와 달리 경광등을 켜지 않았고 빨간 신호등이 걸릴 때마다 꼬박꼬박 신호를 기다렸다. 내막을 알고 보니 오바마 대통령은 두 딸이 다니는 사립학교인 시드웰프렌즈로 가는 중이었다. 첫딸인 말리아 양의 축구경기를 보려는 것.

검은 점퍼에 청바지, 그리고 시카고 화이트삭스 모자를 쓴 채 축구장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은 미리 기다리고 있던 미셸 여사와 후반전 경기를 관람했다. 퍼스트 도그인 ‘보’도 오바마 부부와 함께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보통 미국 부모들처럼 오바마 대통령 부부도 자녀들을 위한 ‘사커맘’이 되는 것을 즐긴다”며 “개인 목적의 외출과 공식일정에 참석하는 차량 행렬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이 대통령의 뜻”이라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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