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건보개혁 마침표 찍겠다”

  • 입력 2009년 9월 10일 21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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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9일 "이제는 행동해야 할 때"라며 건강보험 개혁 연내 완수 의지를 분명히 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날 의회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통해 이처럼 강력한 의지를 밝힘에 따라 80여 년간 논란을 거듭하며 흐지부지돼온 건보개혁은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든 결판이 날 수밖에 없는 형국으로 접어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주요 방송사가 생중계한 45분간의 연설에서 "그동안 수많은 대통령이 건보개혁을 대의로 내세웠지만 반드시 내가 (건강보험 개혁을 추진하는) 마지막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강경보수파를 정면으로 공격하는 동시에 중도파와 공화당 내 온건파를 끌어안기 위한 호소를 거듭했다.

그는 "정직한 논의 대신 공포감을 조성하거나 이념논쟁으로 전락한 사례를 목격했다"며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를 비롯한 강경파를 비판했다. 이어 지난해 대선 때 공화당의 존 매케인 후보가 제시한 개혁안을 비롯해 다양한 의견이 수렴됐으며 논의의 창구는 언제든 열려 있다고 강조하면서 "말다툼을 벌이거나 싸울 시간은 끝났다. 지금은 행동할 때"라고 호소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날 연설을 분기점으로 미국사회는 이제 수십 년 이래 가장 거대한 개혁 논쟁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보수파는 더욱 조직적으로 저항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이날 연설 도중에도 공화당의 조 윌슨 하원의원(사우스캐롤라이나)이 고함을 치는 이례적인 일이 벌어졌다. 윌슨 의원은 대통령이 "내가 제안한 개혁안은 불법 이민자에게 건보 혜택을 주지 않는다"고 강조하자 "거짓말(You lie)"이라고 외쳤다.

돌발사태에 당황한 다른 의원들과 방청객들의 우려 섞인 신음소리가 장내에 깔렸다. 일부 의원들은 "우~"하는 짧은 외침으로 윌슨 의원을 비난했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입이 어이없다는 듯 쩍 벌어졌고, 조 바이든 부통령은 절망스럽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오바마 대통령은 잠시 윌슨 의원 쪽을 바라보다 지나가는 말처럼 "(당신의 말이) 사실이 아니야(That's not true)"라고 한 뒤 다음 대목으로 넘어갔다.

연설 뒤 람 이매뉴얼 백악관 비서실장은 사과를 요구했고, 윌슨 의원은 "부적절하고 유감스런 코멘트였다. 예의 부족을 진심으로 사과한다"고 사과성명을 냈다. 이매뉴엘 비서실장은 윌슨 의원의 전화를 받고 사과를 받아들였다.

공화당의 매케인 상원의원은 "전적으로 예의에 어긋난 행동"이라며 "그런 행동이 발을 붙일 자리가 아니다"고 비판했다. 미치 매카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대통령을 존경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며 윌슨 의원의 행동이 크게 부적절했다고 말했다.

양당 의원들은 "만약 공식 세션 중에 그런 발언이 나왔으면 징계감"이라고 지적했다고 뉴욕타임스는 보도했다. 민주당의 딕 더빈 의원은 "여론이 심판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의회에서 대통령 연설에 대해 의원들이 작은 몸짓이나 웅얼거림으로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는 간혹 있지만 대통령을 향해 직접적으로 고함친 것은 전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이 소동을 제외하면 연설에 대한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민주당 의원들은 수차례 기립박수로 호응했고, 매케인 의원을 비롯한 온건성향 공화당 중진의원들도 "감성적인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긴급 여론조사에선 50% 이상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민주당내에선 논쟁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 기념비적 연설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연설 직후 TV엔 "오바마 개혁안이 통과되면 유방암 환자 수만 명이 제대로 치료 받지 못해 죽게 될 것"이라는 등 자극적 내용의 반대 광고가 넘쳐났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책사(策士)였던 칼 로브 전 백악관 고문 등 보수층 인사들은 폭스뉴스 등 주요 채널에 대거 등장해 건보개혁이 초래할 재정 부담 등 부정적 측면을 집중 부각시켰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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