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건보 갈등 한방에 재울까

  • 입력 2009년 9월 7일 02시 59분


9일 상하양원 의원 앞에서
개혁 지지 호소 운명의 연설

9일 오후 8시(현지 시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사진)이 상하양원 의원들 앞에 선다. 2월 24일 올해 국정운영의 청사진을 밝히는 연두국정연설을 한 데 이어 두 번째. 이번에는 순전히 연내입법을 목표로 추진 중인 건강보험 개혁만을 주제로 연설한다.

미국 대통령이 상하양원 의원을 대상으로 단일주제로 연설하는 것은 최근 20년 동안 이번이 세 번째다. 1993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자신의 건강보험 개혁안을 역설한 적이 있고, 2001년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9·11테러 직후 ‘테러와의 전쟁’ 수행을 위한 국가의 단합을 호소한 사례가 두 번째였다. 미국을 국빈 방문한 외국 정상도 일부만 상하양원 연설의 기회를 갖는다.

미국 언론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상하양원 연설은 건강보험 개혁의 차질 없는 추진을 위한 일종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평가했다. 유에스에이투데이는 “8월 한 달 동안 전국을 돌며 국민을 상대로 호소했던 건강보험 개혁 추진이 보수층의 반대로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사느냐 죽느냐’의 갈림길에 놓였다”고 보도했다. 신문은 “만만치 않은 역풍을 경험한 백악관 참모들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직접 나서서 의원들과 국민들을 설득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백악관은 이번 연설을 통해 ‘오바마의 힘’을 재확인하는 계기로 삼겠다는 각오다. 특유의 진솔한 화법과 호소력 있는 설득을 통해 개혁에 대한 회의론을 반전시키겠다는 것. 익명을 요구한 미 의회관계자는 “9일 연설은 오바마 임기 전반기의 성패를 가름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설 직후 각 언론과 여론조사 전문기관이 발표하게 될 오바마 대통령 국정지지도는 2010년 중간선거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데이비드 액설로드 대통령 선임고문도 “야구경기로 치자면 9일 대통령의 연설은 (팽팽한 시소게임의) 8회말 또는 9회말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치전문지인 폴리티코는 “오바마 대통령은 공화당을 ‘반개혁적’이라며 몰아붙이기보다는 자신의 개혁에 힘을 보태달라고 호소할 것이며 개혁의지가 약하다며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진보진영에 대해서는 점진적 개혁을 통해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완벽한 법안 마련을 위해 미적거릴 경우 1994년의 경우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용두사미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호소할 것으로 알려졌다.

폭스TV 또 생중계 안해

한편 보수성향의 미국 폭스TV는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 생중계를 하지 않기로 했다. 7월 프라임타임에 치러진 건강보험 개혁 관련 특별기자회견도 생중계하지 않았다. 폭스TV는 대신 오바마 대통령 회견시간에는 올여름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리얼리티쇼 ‘그래, 당신은 춤을 출 수 있다고 생각하시죠’를 예정대로 방송하기로 했다. CBS, ABC 등 다른 지상파와 CNN, MSNBC 등 주요 케이블 방송은 생중계한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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