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일본 어디로 가나]<下>경제-행정분야 개혁

  • 입력 2009년 9월 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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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보다 내수 활성화, 관료 위에 정치인

각종 보조금 지급 소비유도 막대한 재원 확보가 관건
관료조직 경직성 탈피 위해 의원이 행정 전면에 나설듯

민주당 집권 이후 일본사회는 일반 국민생활에서부터 국가통치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하토야마 유키오(鳩山由紀夫) 대표는 우선 “정치가 정책결정의 주도권을 잡도록 하겠다”며 관료 힘 빼기를 벼르고 나섰다. 국민들은 아동수당 등 각종 정부지원금으로 빡빡했던 생활에 다소 여유가 생길 것으로 전망했다.

○ 생활 중심: 내수의 활성화

“자녀가 중학교를 마칠 때까지 다달이 2만6000엔씩 드립니다. 공립고교 수업료도 정부가 대신 내드립니다. 국민들은 안심하고 소비하세요. 그러면 일본 경제는 활기를 되찾습니다.”

민주당이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생활중심 정책 중 주요 부분이다. 공공사업 대신 국민에게 직접 다양한 보조금을 지급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늘려 경제성장의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 성장전략은 유세 기간 내내 자민당의 공격을 받았다. 하지만 하토야마 대표는 “예산의 우선순위를 바꾸면 가능하다”며 일축했다. 소비확산뿐만 아니라 출산율도 높아져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는 논리다.

새 정부는 고용정책도 신규고용 창출보다 고용보호에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 수정하기로 했다. 먼저 최대 사회문제로 떠오른 제조업체의 파견근로자 고용을 원칙적으로 폐지하기로 했다.

국민들은 민주당의 다양한 생활 공약 덕분에 생활비가 줄어들 것이라며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공약 이행에 들어가는 비용이 17조 엔에 이르지만 확보할 수 있는 재원은 턱없이 부족하다. 재원 마련을 위해 불가피한 소득세 인상, 국채 발행에 대해 민주당은 부정적이다. 일부 경제학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해소되지 않으면 각종 보조금을 받는 국민조차도 소비를 줄여 정부의 재정만 축나는 결과가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 정치 주도: 통치의 틀 전환

정권운영의 메커니즘도 대폭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우선 1955년 자민당 출범 이후 정책결정을 좌우해온 관료우위의 통치시스템을 대폭 손질할 계획이다. 우선 여당 의원 100여 명을 각 부처의 장차관과 정무관 등 핵심자리에 앉혀 관료사회를 직접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부처의 실질적 수장이었던 사무차관은 각료회의에서 개인의견조차 밝힐 수 없도록 하고, 각료회의 안건을 사전 조율하던 사무차관회의는 아예 폐지하기로 했다.

전후 부흥을 이끈 원동력으로 평가받아온 관료 조직이 ‘개혁1호 대상’으로 전락한 데는 1990년 이후 시대적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평가 때문이다. 1990년대 초 일본이 버블 붕괴로 장기불황의 조짐이 보였음에도 관료들은 재정지원 찬반 논란만 벌이다가 타이밍을 놓쳐 10년 장기불황을 초래한 점은 관료들의 대표적인 실수로 꼽힌다.

하지만 민주당의 ‘정치주도’ 개혁이 실현되기까지는 관료사회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일본 언론들은 “자민당의 아베 신조 정권이 정치주도를 추진했다가 관료의 반발에 부닥쳐 결국 2006년 참의원 선거 참패의 불씨를 제공했다”며 귀추를 주목하고 있다.

○ 지방 분권: 지역 주권의 강화

“중앙정부-광역지자체-기초지자체로 돼 있는 옥상옥 구조를 중앙정부-기초지자체로 단순화하겠다.” 하토야마 대표는 지방분권의 필요성을 누차 강조해 왔다. 중앙정부 및 광역지자체의 통제를 받아온 관행을 깨고 주민 관련 정책을 담당하는 기초지자체(시정촌·市町村)에 권한과 재원을 대폭 이양해 지역주권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사용처가 정해져 있는 조건부 지방보조금을 없애고 지자체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일괄 교부금’을 신설하기로 했다.

그러나 민주당의 지방분권 대책은 예산절감을 위해 정부추진 대형 공공사업을 과감히 폐지하겠다는 공약과 충돌해 좀 더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건설업단체연합회 측은 “지방에 남아있는 유일한 산업은 농업과 건설업뿐인데 공공사업을 축소하면 지자체의 활력을 떨어뜨리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도쿄=김창원 특파원 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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