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포커스/이순천]한미, 5자대화 먼저 성사를

  • 입력 2009년 6월 19일 02시 56분


북한의 2차 핵실험 등 일련의 도발행위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방안으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채택되자 북한은 우라늄 농축선언 등으로 강경하게 맞대응했다. 한반도 정세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첫 공식 정상회담은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한반도 안보 상황 악화와 북핵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강구하는 기회이자 두 대통령의 임기 4년간 한미 관계의 첫 단추를 끼우는 중요한 자리였다. 따라서 어느 때보다 성공적인 결과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회담의 최대 성과는 기존 북핵 및 대북정책의 근원적 문제점을 직시하고 한반도 문제 해결을 위한 구체적 틀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벼랑 끝 전술로 일관된 북한의 전략은 더는 통할 수 없으며, 잘못된 행동에 대해 보상이 아닌 응분의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사실을 명백히 했다. 이제 안보리의 제재를 전면적으로 이행함으로써 북한이 6자회담에 복귀하고 비핵화를 이루도록 압박을 강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한미 공조하에 중국과 러시아의 동참을 유도하고 이 대통령이 제시한 북한을 제외한 5자대화 개최를 적극 검토해야 한다.

이번 회담에서는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통해 한반도 유사시 미국이 핵우산 및 재래식 전력을 제공한다는 ‘확장 억지력(Extended Deterrence)’을 선언함으로써 북핵 대응에 빈틈없는 한미공조를 재확인할 수 있었다. 우리로서는 어떤 경우에도 북한의 핵 보유를 용납할 수 없으며 국제사회의 일치된 의사로 북한의 추가 핵실험 및 탄도미사일 문제에 엄정 대처해야 한다.

또 다른 중요한 성과는 ‘한미동맹 미래비전’을 통해 한미동맹의 지평이 기존의 군사동맹 차원에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포괄적 분야로 확대 강화됐다는 점이다. 특히 세계 경제위기 극복, 기후변화, 저탄소 녹색성장 등 글로벌 이슈를 함께 협의하고 대응책을 모색해 나가는 등 양국의 진정한 미래지향적 파트너십을 구축하기 위한 진전이 있었다. 한미 양국관계 발전 방향은 글로벌 차원에서의 상호의존성이 확대되고 다극화되는 세계질서의 요구에 따른 것이다. 이제 우리도 국제사회에서 중견 국가로서, 또한 글로벌 코리아에 상응하는 역할을 추구해야 한다.

이 밖에 경제 분야에서 양국 정상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양국 간 경제 무역 투자 관계를 심화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임을 강조하며 비준을 위해 공동 노력을 기울이기로 합의했다. 특히 이 대통령은 미 의회에서 직접 FTA 조기 비준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등 한국의 비준 의지를 확고히 했다. 이번 회담에서 FTA 문제는 원론적인 협의에 그쳤고 실질적 진전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견해도 있으나 정상외교를 통한 우리 측 입장 전달과 두 정상의 공감은 FTA 비준에 실질적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한미 FTA는 경제적인 측면 뿐 아니라 전략동맹 등 정치적 요소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으므로 앞으로도 계속적인 후속조치를 통해 조속한 비준에 힘써야 한다.

미 행정부 출범 이후의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은 돈독한 우의와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성과를 이루어 낼 수 있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불안정한 현 한반도 상황에서 양국은 굳건한 동맹에 기초한 안보태세를 재확인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글로벌 이슈를 협의하고 대처할 수 있는 포괄동맹으로 나아가기로 선언했다. 한미동맹은 양국과 동북아 및 세계 평화에 기여할 수 있는 가치, 신뢰, 평화 구축 동맹으로 발전하고 앞으로도 우리 외교의 굳건한 토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순천 외교안보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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