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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5월 18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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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훌 간디를 총리로….”
16일 인도 북부 우타르프라데시 주 아메티 선거구 개표소. 인도 최고의 정치명문 가문의 ‘황태자’ 라훌 간디(38·사진)가 모습을 보이자 수천 명의 지지자가 환호를 올리며 꽃잎을 뿌려댔다. 인도 총선 개표 결과 집권 국민회의당이 주도하는 통일진보연합(UPA)이 전체 543개 선거구 가운데 260석을 확보해 재집권에 성공했다.
국민회의당은 이번 총선에서 오랜 경륜과 깨끗한 이미지를 갖춘 만모한 싱 총리와 함께 젊고 역동적 이미지를 가진 라훌 간디를 당의 새 얼굴로 내세웠다. 귀공자 이미지를 버리고 빈민촌에서 밤을 지새우고 천대받는 하층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 라훌의 노력은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구 두 바퀴에 이르는 거리를 누비며 총선 유세를 치렀다.
소냐 간디는 16일 “만모한 싱이 차기 총리를 맡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스터 클린’으로 불리는 싱 총리는 1990년대 초 인도 개방정책의 선구자로 총리 재임 기간에 연 9%대의 경제성장을 주도했다. 또한 그는 지난해 미국과의 핵협정 문제로 좌파 정당들이 집권연정을 탈퇴하는 위기를 넘기면서 강인한 정치지도자의 이미지를 굳혔다. 올해 76세의 고령인 싱 총리는 1월 심혈관 질환으로 대수술을 받은 후 총리직을 내놓아 현재는 프라납 무케르지 외교장관이 총리 직무대행을 맡고 있다.
총선의 압승으로 싱은 다시 총리직에 복귀해 인도 역사상 4번째로 연임총리가 될 예정이다. 그러나 인도 정계의 관심은 과연 그가 언제 라훌에게 총리직을 물려줄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싱 총리는 개표가 끝난 후 라훌 간디에게 차기 정부에서 내각에 들어와 장관직을 맡아달라고 부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라훌이 장관직을 잘 수행한다면, 싱이 5년 임기 도중 총리직을 사임하고 라훌에게 넘겨줄 것”으로 내다봤다. AFP통신은 라훌이 40세가 되는 2년 후 총리직을 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의 아버지인 라지브 간디도 할머니인 인디라 간디가 시크교도에게 암살당한 직후 40세의 나이에 총리직을 맡았다.
국민회의당은 앞으로 정부 구성 협상에서 12석의 우호세력만 끌어들이면 과반 의석을 확보한다. 특히 UPA는 좌파 정당을 끌어들여 정부를 구성했던 2004년과 달리 국정개혁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강력한 힘을 갖추게 됐다. 반면에 UPA와 치열한 접전을 펼칠 것으로 예상됐던 제1야당 인도국민당(BJP) 중심의 전국민주연합(NDA)은 160석을 얻는 데 그쳤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