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언 오바마?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5월 11일 02시 57분



백악관 전통 출입기자 만찬서 유머로 좌중 웃겨

9일 밤 미국 워싱턴 힐튼호텔에서 열린 연례 백악관출입기자협회 만찬.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넥타이를 맨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자신의 트레이드마크 격인 ‘건강한’ 팔뚝이 드러난 민소매 분홍 드레스를 입은 미셸 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연회장을 가득 메운 2500여 명의 기자들과 할리우드 스타들, 각료들의 기립박수와 환호 속에 무대에 등장한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만큼은 ‘최고 코미디언(comedian-in-chief)’을 자처했다. 그는 “오늘 밤 정말 오기 싫었지만 어쩔 수 없이 참석했다는 것을 고백하고 싶다”며 “출입기자 만찬 참석은 내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에게서 물려받은 또 하나의 유산”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백악관출입기자협회는 1914년 결성됐고 1923년 존 캘빈 쿨리지 대통령 이래 모든 대통령이 참석해 오고 있다.

연설 때 프롬프터에 나오는 준비원고를 읽는 편인 오바마 대통령은 “앞으로 프롬프터에서 눈을 떼는 연습을 좀 할 것”이라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은 프롬프터를 이용하는 법을 배울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 다변이어서 설화(舌禍)가 잦은 바이든 부통령을 웃음의 소재로 삼은 것이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 대해서도 “이제 둘도 없는 측근이 됐다”며 “(신종 인플루엔자A(H1N1) 진원지인) 멕시코를 다녀 온 뒤 나를 꼭 껴안으면서 ‘대통령이 직접 한번 가 보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하더라”고 말해 좌중을 웃겼다.
지난달 29일로 취임 100일을 맞은 오바마 대통령은 “향후 100일 안에 첫 100일을 기념할 도서관을 만들어 개관할 것”이라고도 했다. 미셸 여사와 관련해서는 국민간 분열을 통합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며 총기를 소지할 권리(the right to bear arms)를 살짝 틀어 “맨팔을 드러낼 권리(the right to bare arms) 같은 문제에서도 그렇다”고 말했다.
자신에 대한 독설로 유명한 라디오 토크쇼 진행자 러시 림보 씨도 소재로 삼았다. “공화당은 구제금융을 받을 자격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림보는 부실자산으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 지난해 대선기간은 물론 현재도 비판적인 보도 태도를 보이는 케이블 뉴스인 폭스뉴스에 대해서는 “폭스뉴스엔 미안하지만 대부분의 기자들이 내 기사를 잘 다뤄줬고 나한테 한 표를 찍어줬다”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날 행사에는 톰 크루즈, 로버트 드니로, 벤 애플렉, 존 쿠색, 데미 무어 등 유명배우와 스티븐 스필버그, 조지 루커스 등 영화감독, 가수 스티비 원더, 스팅 등 오바마 대통령 만들기에 기여한 할리우드의 스타들도 총출동했다. 이날 저녁값은 1인당 200달러였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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