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혁명’ 아이슬란드 좌파 첫 집권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사민-녹색 연합 과반의석
EU가입-유로화 도입 추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아 국가부도 위기에까지 몰려 있는 아이슬란드에 좌파 정부가 처음 집권했다. 아이슬란드 선거관리위원회는 총선 개표 결과 사회민주당과 녹색운동이 연합한 좌파 임시정부가 승리했다고 26일 밝혔다. 좌파 임시정부는 개표가 80% 이상 진행된 상황에서 의회 63석 중 34석을 획득해 과반을 차지했다.

구 집권세력인 보수 독립당은 2007년 선거에서 25석을 얻었으나 이번엔 16석을 얻는 데 그쳐 소수당으로 전락했다. 좌파 임시정부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는 “좌파 정당이 다수당이 된 것은 아이슬란드 역사상 처음”이라며 “18년 동안 보수당 집권 아래에 있던 국민이 변화를 요구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보수 독립당은 1991년부터 올해 초까지 집권당으로 있으면서 어민국가를 금융산업 위주의 국가로 탈바꿈시켜 외국 자본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였다. 인구 30만 명에 불과한 아이슬란드는 2007년 유엔이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나라’에 올랐으며, 같은 해 1인당 국민소득도 6만6500달러로 세계 5위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대외채무가 국내총생산(GDP)의 7배가 넘을 정도로 무리한 빚잔치를 벌여 세계 금융위기 직격탄을 맞았다.

자국 통화인 크로나 가치가 폭락해 지난해 11월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21억 달러 구제금융을 받기도 했다. 이에 따라 18년간 보수 독립당 중심으로 운영돼 온 연립정부는 1월 말 붕괴됐으며 사회민주당과 녹색운동이 좌파 임시정부를 구성해 이번 조기 총선을 실시했다.

새로 집권한 좌파 연립정부는 유럽연합(EU) 가입과 유로화 도입을 중요 선거공약으로 내세웠다. 금융위기 과정에서 유로화 사용 국가들 중 부도위험 나라가 없다는 점이 나타나면서 반(反)EU 여론이 수그러들고 있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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