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윤종구]공인의 잘못에 엄격한 日‘알몸소동 처리’

  • 입력 2009년 4월 27일 02시 58분


일본은 요즘 한 인기 연예인의 알몸 소동이 화제다. ‘초난강’이란 이름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구사나기 쓰요시가 23일 새벽 도쿄의 한 공원에서 술에 취해 알몸으로 소란을 피운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사건이다. TV는 경찰의 조사 상황을 생중계하고 신문은 대문짝만 하게 전후 사정을 보도했다. 아무리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이라 해도 개인의 ‘실수’를 갖고 그렇게까지 창피를 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과민함이 느껴졌다.

경찰의 대응도 강했다. 경찰은 소변검사에 이어 가택수색까지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연예인이 마약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조사해야 한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1박 2일간의 경찰 조사를 마치고 검찰에 송치될 때 카메라에 잡힌 그의 얼굴은 초췌하기 이를 데 없었다.

팬들은 강력하게 항의했다. 기껏해야 경범죄로 처리해 훈방하면 될 일인데 경찰이 과잉 조사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 스포츠 신문 설문조사에서도 “경찰 대응이 지나쳤다” “구사나기가 불쌍하다”는 반응이 다수였다. 도요타자동차 등 그를 광고모델로 기용한 업체들은 즉각 광고 중단을 결정했다. 그가 감당해야 할 이런저런 손해액이 600억 원이 넘을 것이란 추산도 나온다.

그가 만약 연예인이 아니라 평범한 일반인이었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생각에 이르면, 그가 불이익을 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남에게 피해를 준 것도 아니고 술김에 벌인 실수로 전국적으로 창피를 당한 데다 가택수색이라는 범죄인 취급까지 당했다.

정작 24일 풀려난 본인에게서는 억울한 기색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곧바로 기자회견을 자청한 그는 “어른으로서 부끄러운 짓을 했습니다. 깊이 반성합니다. 죄송합니다”라며 사죄했다. 무릎을 꿇고 연방 머리를 조아렸다. 소속회사도 “당분간 활동을 접고 자숙하도록 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당사자인들 억울한 마음이 왜 없었겠는가. 하지만 그는 모든 것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죄송합니다”를 연발했다. 이유는 단 하나, ‘공인’이기 때문이다. 평소 일반인보다 더 많은 혜택과 사랑을 받고 막대한 수입에다 사회적 영향력까지 가졌던 만큼 책임과 의무 또한 더 무거울 수밖에 없다는 점을 스스로 받아들였다고 보인다.

문득 돈 많고 힘세고 이름 있는 사람들의 스캔들이 끊이지 않는 우리 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있는 사람일수록 솜방망이 처벌에 머물다 보니 유전무죄(有錢無罪), 유권무죄(有權無罪)에 이어 유명무죄(有名無罪)라는 말까지 나오는 한국의 현실이 겹쳐졌다.

윤종구 도쿄 특파원 jkma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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