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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4월 3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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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무역 금지’ 1년 연장… 새 금융감독기구 설립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1930년대 대공황 이후 최악의 경제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1조 달러(약 1330조 원) 규모의 유동성 확대에 사실상 합의함으로써 동유럽과 중남미 등 금융위기를 겪고 있는 개발도상국들의 경기 안정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또 헤지펀드와 조세피난처 규제 등 금융규제 강화를 위한 감독기구 설립에도 합의했다. 첨예하게 대립되던 미국의 ‘경기부양안’과 프랑스·독일의 ‘금융규제안’이 어느 정도 절충된 선에서 합의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 아시아 증시는 일제히 반등하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1조 달러 규모 유동성 확보=유동성 확대는 주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기구를 통해 이뤄진다. 구체적으로는 IMF의 기금을 현행 2500억 달러의 3배인 최대 7500억 달러로 확대하고, 국제무역을 활성화하기 위한 2500억 달러 규모의 무역금융기금을 조성한다. 또 외환이 부족한 국가에 달러나 유로와 통화스와프 계약을 맺을 수 있도록 하는 IMF 특별인출권(SDR) 확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과 일본, 유럽연합(EU)은 각각 1000억 달러를 IMF에 출연하겠다고 밝혔고 노르웨이와 캐나다 등도 추가 출연을 약속했다.
영국의 일간지 더타임스는 “3개로 나뉜 자금을 합치면 합계가 1조 달러에 이른다”면서 “이는 현재까지 각국 정부가 발표한 2조 달러의 경기부양 자금 이외의 사실상 새로운 경기부양 금액”이라고 강조했다. 독일의 DPA통신은 “주로 개도국을 지원하는 IMF와 세계은행의 유동성 확대는 중국과 남미 등의 경제성장을 촉진할 것”이라며 “이번 G20 정상회의 결과는 신흥 개도국의 승리”라고 분석했다.
미국과 영국은 당초 G20 회원국들이 국내총생산(GDP)의 2% 규모의 재정을 추가로 투입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재정적자를 우려한 프랑스와 독일의 완강한 반대로 합의문에는 ‘각국이 경기부양을 위해 최대한 노력한다’는 문구만 삽입됐다.
▽금융규제 강화=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G20 정상회의에 앞서 금융시장 규제에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G20 합의 타결을 무산시킬 것이라고 ‘벼랑 끝 외교’를 펼쳤다. G20 정상은 합의문에서 금융위기의 원인으로 지목된 ‘대형 헤지펀드’에 대한 규제를 사상 처음으로 마련하고, 글로벌 금융시스템 감독기구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기존의 금융안정화포럼(FSF)을 대체해 설립되는 새로운 금융안정이사회(FSB)는 IMF와 협력해 각국의 거시경제와 금융위험을 확인해 바로잡는 권한을 갖게 된다. 또 조세피난처와 신용평가기관 규제도 강화되며, 금융회사의 급여와 보너스도 제한하기로 결의했다. 이와 함께 지난해 11월 G20 정상회의에서 합의했던 모든 보호무역주의 조치의 배격도 향후 1년간 연장된다.
그러나 이번 G20 정상회의에서 중국 인도 브라질 등 신흥국에서 요구한 IMF 의사결정 구조개혁과 달러화 기축통화 변경 논의는 진행되지 못했다.
▽미국의 영향력 약화=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일 기자회견에서 “미국 경제는 이제 세계 경제성장의 유일한 기관차가 아니다. 이제 모든 국가가 속도를 내야 한다”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2일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된 새로운 세계경제 질서가 시작됐음을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런던=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성동기 기자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