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安의사는 中서도 영웅”…기념행사 준비 들뜬 하얼빈

  • 입력 2009년 3월 26일 02시 58분


■오늘 안중근 의사 순국 99주기

올해 의거 100주년 맞아 웅변-글짓기-학술대회 등 교민들 “市와 공동개최 협의”

安의사 동상 지하실 방치 거사현장 안내 소홀은 여전

26일은 일본제국주의의 국권 침탈에 맞서 대한독립과 동양평화를 외치며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사살한 안중근 의사(1879∼1910)가 순국한 지 꼭 99주기가 되는 날이다. 또 올해 10월 26일은 안 의사가 거사를 실행한 지 꼭 100주년 되는 날이어서 의미가 깊다.

의거 100주년을 맞아 국내외에서는 그의 정신을 기리는 다채로운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안 의사의 거사 장소인 하얼빈(哈爾濱) 시에서는 어떤 행사들을 준비하는지 현장을 둘러봤다.

○ 하얼빈에서 다채로운 기념행사

18일 오후 찾은 중국 헤이룽장(黑龍江) 성 하얼빈 시 산하의 조선민족예술관. 이곳 2층 500m²의 ‘안중근 의사 진열실’엔 300여 점의 자료가 전시돼 있었다. 진열실 중앙엔 의거 현장도 복원해 놓았다. 예술관 관계자는 “매년 1만여 명의 한국인과 중국인이 이곳을 찾는다”고 귀띔했다. 벽면엔 안 의사 의거를 찬양한 중국 지도자의 어록도 걸려 있다. 저우언라이(周恩來) 전 중국 총리는 “안 의사의 의거를 계기로 일제에 대한 양국 인민의 공동투쟁이 시작됐다”고 높이 평가했다.

의거 100주년을 기리는 기념행사들은 이곳 조선민족예술관과 ‘하얼빈시 한국인회’를 주축으로 마련되고 있다. 예술관 측은 기념대회와 학술대회를 준비하느라 분주했다. 또 하얼빈 시 한국인회는 하얼빈에 있는 5000여 교민과 함께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무엇보다 안 의사의 원대한 포부와 애국심을 고취하기 위해 교민 청소년을 대상으로 ‘안 의사의 의거’를 주제로 웅변대회와 글짓기 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또 현지 중국인이나 교민들에게 배포할 안 의사 관련 홍보물을 만들기로 했다.

한오수 하얼빈 시 한국인회 사무국장은 “의거가 있은 지 100년이 지나며 교민 및 동포사회에서도 그의 정신이 잊혀지고 있어 안타깝다”며 “홍보물과 달력 등을 만들어 배포해 그의 민족혼을 되살리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인회는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날인 10월 26일에는 3만여 명이 참가하는 대규모 기념식을 갖는 한편 방문객들에게는 하얼빈 역 플랫폼의 저격 장소를 안내할 방침이다.

특히 올해는 의거 100주년을 맞는 만큼 하얼빈 시 정부와 공동으로 기념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협의도 순조롭게 진행하고 있다. 강월화(康月華) 조선민족예술관 부관장은 “안 의사 의거 100주년을 맞아 다양한 기념행사를 준비하기 위해 하얼빈 시와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주 선양(瀋陽) 총영사관 관계자도 “하얼빈 시와 함께 안 의사를 기념하는 양국 정부 차원의 행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의거 현장엔 삼각형 달랑 하나뿐

하얼빈 교민들과 영사관 관계자들이 나름대로 기념행사를 준비하고는 있지만 아쉬운 대목들이 보인다. 무엇보다 현장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8일 찾은 하얼빈 역 1번 플랫폼. 의거가 있었던 역사적인 곳이다. 역사 중앙 승강장 바닥에는 삼각형 표시(안 의사가 총을 쏜 곳)와 사각형 표시(이토 히로부미가 쓰러진 곳)만이 있을 뿐이었다.

중국인 장성하오(張聖浩·28) 씨는 무슨 표시냐는 기자의 물음에 “열차가 여기서 정지하라는 표시 아닌가요”라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또 다른 승객은 “겨울에 미끄러지지 말라고 한 것”이라며 생뚱맞은 답변을 했다. 그 의미를 아는 사람은 없었다.

또 하얼빈 도심 자오린(兆麟)공원(당시 하얼빈공원)의 서쪽 구석에 세워진 기념비 역시 의거 의미를 되새기기 어려웠다. 1m 높이의 비석 앞뒷면엔 안 의사가 뤼순(旅順)감옥에 갇혀 있을 때 쓴 ‘靑草塘(청초당)’과 ‘硯池(연지)’라는 글자와 ‘庚戌 三月 安重根 書(경술 3월 안중근 서)’만이 적혀 있어 어떤 의미로 비석을 세웠는지 알 수 없다.

의거 97주년을 맞아 2006년 1월 번화가인 중양다제(中央大街)에 세워졌던 안 의사 동상은 현재 진안(金安)국제백화점의 지하 사무실에 3년째 모셔져 있다. 동상을 제작한 진안백화점의 이진학 사장(51)은 “안 의사 동상이 햇빛을 보지 못하는 게 너무 안타깝다”며 “중국 정부가 끝내 불허한다면 한국으로라도 가져가 상징적인 장소에 세워두고 싶다”고 말했다.



하얼빈=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이철 동아닷컴 기자

▼“安의사는 평화주의자… 거사후 ‘코레아 우라’<러시아어로 대한 만세> 외쳐”▼

21년째 安의사 연구 서명훈씨

“안중근 의사는 조선 독립의 영웅일 뿐 아니라 동아시아, 나아가 세계의 영웅입니다.”

17일 중국 하얼빈 시에서 만난 서명훈 하얼빈 시 조선민족사업촉진회 명예회장(78·사진)은 “안 의사는 한중일 3국의 공동번영과 세계평화를 염원한 평화주의자였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1989년부터 21년째 안 의사를 연구해 온 서 명예회장은 “안 의사가 미처 집필을 완성하지 못한 ‘동양평화론’의 뼈대는 3국의 공동화폐 발행과 공동군 설립 등으로 오늘날 유엔이나 유럽연합(EU)과도 일맥상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 같은 평화정신 때문에 안 의사는 한국 중국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일본 일부에서도 ‘하얼빈의 총소리는 평화의 총소리’라는 평가가 나온다”고 소개했다.

서 명예회장은 “안 의사의 정신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 380여 개의 자료를 수집했으며, 올해 안으로 ‘중국인의 눈에 비친 안중근’(가제)이라는 책을 펴낼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안 의사의 사격 거리나 거사 후 외친 구호 등 여러 대목이 잘못 알려져 있다”며 “사격 거리는 5m이고 외친 구호는 ‘대한민국 만세’가 아니라 러시아어로 ‘코레아 우라(대한 만세)’였다”고 말했다.


▲강낙구 동아닷컴 객원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