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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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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미국 하원을 통과한 ‘8190억 달러 규모의 경기부양법안’에 대해 스위스 다보스 세계경제포럼(WEF)에 참가한 전문가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1조 달러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풀릴 경우 미국의 부채 부담이 늘어나고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을 부를 것이라는 걱정에서다.
30일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WEF에 모인 각국 정상과 경제 전문가들은 “낮은 저축률과 막대한 국가 부채라는 미국 경제 적신호의 전제 조건이 바뀌지 않는 한 막대한 재정 지출은 또 다른 빚으로 귀결될 것”이라며 경계의 목소리를 높였다.
가장 큰 걱정은 막대한 부양자금을 어떻게 조달하느냐는 것이다.
달러화는 금과 더불어 국가 간 결제를 위해 각국이 보유하고 있는 ‘준비통화’이기 때문에 미국 정부는 돈이 필요하면 얼마든지 찍어낼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장기적으로 금리를 높이고 달러화 가치를 떨어뜨려 궁극적으로 전 세계 경제에 ‘독’이 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미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부의장을 지낸 앨런 블라인더(경제학) 프린스턴대 교수는 “그동안 달러가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달러만큼 안전한 자산이 없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향후 달러의 위상은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달러화 외에 마땅한 투자대안이 없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당장 급락하는 변화는 없겠지만 미국 내 예금 부족과 재정적자가 개선되지 않는 한 가치 하락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단기 경기부양책이 막대한 채무국인 미국을 더욱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하버드대 니얼 퍼거슨(경제사) 교수는 “지난해 의회가 승인한 7000억 달러 규모의 부실자산회생법안(TARP)에 이번 법안까지 최종 통과되면 올 한 해만 2조2000억 달러의 채무가 발생한다”며 “국가 채무가 이미 국내총생산(GDP)의 355%에 달하는 상황에서 또다시 채무로 위기를 해결하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꼬집었다.
한편 에르네스토 세디요 전 멕시코 대통령은 “세계의 달러가 미국 경기 회생을 위해 쏠릴 경우 개도국들은 상대적으로 달러를 구할 수 없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창원 기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