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이코노미’ 현장을 가다]<9>스위스 ‘미네르기’

  • 입력 2009년 1월 31일 03시 10분


지열-태양열 이용‘녹색건축’…에너지소비 절반으로 ‘뚝’

“미네르기 인증 챙겨두면 나중에 돈 된다”

11년간 개인주택-사무실 등 1만여채 받아

에너지 절약-세금혜택-집값상승 ‘1석 3조’

《#장면1. 지난해 9월 스위스 취리히의 파라데 광장에는 커다란 얼음 덩어리를 집어넣은 ‘미니하우스’가 들어섰다. 3주 뒤 얼음이 얼마나 남아 있을지 예측해 보는 이벤트였다. 3주가 지난 뒤 남은 얼음의 양은 약 48%. 취리히의 9월 평균기온이 약 13도, 낮 최고기온이 29도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많은 양이었다. 이 미니하우스는 스위스 에너지 절약 건축기술인 미네르기의 기준을 따라 제작됐다.

#장면2. 스위스의 한 스포츠용품 판매회사에 근무하는 안드레아스 칠라크 씨는 이번 겨울에도 난방비 걱정은 크게 하지 않는다. 취리히 외곽에 있는 자신의 2층 단독주택에 6년 전 설치한 지열난방시스템 덕분. 지하 120m에서 끌어올리는 뜨거운 지하수를 난방에 이용하면서 연간 1500L의 난방유를 아낄 수 있게 됐다. 또 기름탱크를 설치했던 지하공간을 창고로 유용하게 활용해 일석이조의 혜택을 보고 있다.》

유럽의 작은 나라 스위스가 ‘그린 홈’과 ‘그린 오피스’의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에너지 소비량을 종전보다 절반 이하로 떨어뜨린 건물이 속속 들어서는가 하면 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소비하는 ‘에너지 자립’ 건축물도 등장하고 있다.

특히 미네르기는 이런 측면에서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한 건축기준으로 꼽힌다. 반드시 따라야 할 의무가 없는 민간의 자율 건축기준이지만 정부가 제시한 에너지 감축기준보다 훨씬 엄격해 스위스의 녹색 건축기술 경쟁력을 한 계단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미네르기 스탠더드’

미네르기는 에너지 절약 건축기준이 적용된 건축물에 주어지는 인증브랜드이면서 이 같은 기준을 정하는 기관이기도 하다. 1998년 스위스건축협회(SIA)를 주축으로 세워졌으며 연방정부와 주정부 당국자들도 참여하고 있다.

지금까지 미네르기 인증을 받은 건축물은 1만1400여 곳으로 바닥 면적으로 환산하면 1200만 m²(약 363만 평)에 이른다.

KOTRA 취리히 코리아비즈니스센터에 따르면 인증은 안 받았지만 자율적으로 미네르기 기준을 적용한 건물은 인증 건축물의 3∼4배에 이를 것으로 현지 언론은 추정하고 있다.

최근 미네르기 인증 건물이 점점 많아지는 이유는 에너지 절약 효과 외에 5년간 약 2만 스위스프랑의 세금 혜택을 볼 수 있는 데다 부동산시장에서 7∼9% 비싸게 거래되기 때문이다.

미네르기 브랜드는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을 ‘m²당 kWh’ 단위로 측정한 뒤 주어진다. 브랜드를 받을 수 있는 기준은 m²당 38kWh. 에너지 절약 기술이 적용되지 않은 건축물의 에너지 사용량이 보통 ㎡당 100kWh인 점을 감안하면 에너지 효율을 2배 이상으로 높인 셈이다.

반면 정부 기준은 지난해까지 90kWh였다가 미네르기 기준에 맞춰 올해부터 48kWh로 낮아졌다. 민간 자율기준이 정부 기준을 선도하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미네르기는 스위스 연방정부가 2001년부터 추진하는 에너지정책 프로그램인 ‘에너지 스위스’의 파트너 기관이 됐다.

최근 미네르기는 에너지 효율기준을 30kWh로 줄인 미네르기-P, 에너지의 대부분을 자체 충당하는 미네르기-에코 등 더욱 강화된 건축기준 및 기술을 제시했다.

○ “삶의 질을 높이는 녹색기술”

지난해 12월 3일 스위스 베른의 미네르기 본부를 찾아간 기자에게 프란츠 바이엘러 미네르기 대표는 “에너지 소비를 최소화하면서도 삶의 질은 더 높이는 게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단순히 에너지 절약만 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이에 따라 미네르기의 활동도 무작정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보다는 에너지효율을 최대화하는 기술을 확산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특히 두께가 15cm 정도였던 기존 단열재를 30cm로 늘리고 에너지효율이 높은 창문으로 바꾸면서 지열펌프와 산업체에서 나오는 폐열, 태양열 등을 활용한 난방시스템을 권장하고 있다.

스위스 정부는 이 같은 건축물을 더 많이 보급하기 위해 건물주에게 m²당 10∼40스위스프랑의 보조금을 주면서 금리 혜택도 제공하고 있다.

바이엘러 대표는 “실내 환기를 위해 창문을 열면 외부의 먼지와 소음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상당한 열 손실이 발생한다”며 “열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는 공기순환시스템 보급도 장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내 공기가 가진 열에너지의 95%를 바깥에서 유입되는 공기에 전달할 수 있는 공기순환시스템까지 이미 개발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 해외에서도 부러워하는 미네르기

미네르기의 활동은 해외에서도 인정받기 시작했다. 이미 프랑스에는 에너지 효율 건축기술에 관한 연구 자료를 제공하면서 인증 브랜드를 사용할 수 있는 라이선스를 ‘수출’하고 있다. 또 일본의 한 건설회사와는 기술 제공과 관련한 파트너십을 맺었다.

최근에는 스웨덴 정부와 관련 단체에서도 미네르기의 활동 경험을 전수해 줄 것을 요청해 왔다고 미네르기는 밝혔다.

미네르기는 앞으로 10년간 스위스에서 15억 스위스프랑(약 1조8000억 원)이 ‘미네르기 건축’에 투자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KOTRA 취리히 코리아비즈니스센터의 김상묵 센터장은 “정부 당국이 관여하면서 보조금 지원을 하고는 있지만 사실상 민간 기관이 자발적으로 나서서 녹색성장을 실현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독특한 사례”라며 “미네르기는 민간 기관이 정한 최고수준의 건축표준에 맞는 기술 개발은 물론 이를 산업 전반에 확산시킴으로서 녹색산업의 경쟁력을 선도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베른·취리히=차지완 기자 cha@donga.com

■“지열은 고갈 염려 없는 친환경에너지”

지오서멀 익스플로러 사장 강조

걋鵑位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