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하마스와 뭐가 다른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0분



이 공습에 부친 잃은 ‘팔’출신 英기자 울분의 르포

“민간인을 함부로 죽이는 이스라엘이 하마스와 뭐가 다른가.”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아버지를 잃은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 가자지구 특파원 파레스 아크람(사진) 씨는 슬픔과 분노로 몸부림쳤다. 그는 5일 기사를 통해 전쟁의 비참함과 희생자 가족의 분노를 전했다.

3일 오후 4시 20분경(현지 시간) 아크람 씨의 아파트에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지 알고울 씨가 일하던 가자지구의 농장에 폭탄이 떨어졌다는 사실을 알리는 전화였다.

농장 근처에 살던 삼촌은 현장으로 달려가 확인한 뒤 “아버지의 신체 일부만 발견했다”는 비보를 전했다. 알고울 씨와 함께 일하던 한 친척 소년의 시체는 폭격의 여파로 농장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 가족의 단란한 보금자리였던 농장의 집은 가루가 돼 버렸다.

아크람 씨는 “전화를 받은 뒤 전기와 난방이 끊긴 아파트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부들부들 떨면서 아버지를 잃은 충격을 견뎌야 했다”고 토로했다.

3일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숨진 아크렘 알고울 씨가 손녀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인디펜던트
3일 이스라엘 군의 공습으로 숨진 아크렘 알고울 씨가 손녀와 함께 즐거운 한때를 보내고 있는 모습. 사진 출처 인디펜던트
아크람 씨는 1일 임신 9개월째인 아내가 곧 출산한다는 이야기를 부모님께 전했다. 그것이 아버지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 다른 가족들은 시내 아파트로 돌아왔지만 아버지는 ‘이스라엘 군이 진입해도 젖소를 돌봐야 한다’며 농장에 남았다.

아버지 농장을 이스라엘 군이 폭격한 것은 이날 오후 6시 반 지상군 진입을 앞두고 장애물을 제거하기 위해서였다.

아크람 씨의 가족은 4일 서둘러 아버지의 장례식을 치렀다. 이스라엘 군이 진입한 상황에서 언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알고울 씨는 가자지구에서 태어나 이집트에서 공부한 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의 판사로 일했다. 2007년 하마스가 가자지구를 장악하자 하마스에 반대하던 그는 판사를 사직한 뒤 농장에서 오렌지와 레몬을 재배하며 젖소 60마리를 키워 왔다.

아크람 씨는 “이스라엘은 아마도 ‘농장에 하마스 병력이 있었다’고 주장할 것”이라고 비꼬았다. 그는 이어 “로켓을 쏘는 하마스 조직원과 내 아버지를 죽인 이스라엘 군인이 다른 점이 뭔가”라고 이스라엘을 비난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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