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취임 앞두고 시험대 오른 오바마의 新중동정책

  • 입력 2008년 12월 30일 03시 02분


“이라크 중시서 탈피, 정책 균형 회복하라”

美 외교협-브루킹스硏 ‘중동 전문가 15人의 정책제안’ 눈길이라크 정치 안정땐 2010년부터 감군 가능

‘이란核-중동평화협상’에 최우선순위 둬야

“중동에서의 균형을 회복하라.”

미국외교협회(CFR)와 브루킹스연구소가 18개월 동안 중동 현지조사, 중동 지도자들과의 면담 및 미국 역대 행정부가 취한 중동 정책에 대한 심층연구 끝에 내린 결론이다.

이번 연구에 참가한 15명의 미국 내 중동 전문가들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은 그동안의 중동 정책을 새로 짜는 한편 정책 우선순위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며 “이라크 최우선 정책에서 탈피해 이란의 핵 문제와 중동 평화협정 문제를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라크에서의 단계적인 철군이 중동 지역에서 미국의 전반적인 퇴각(pullback)으로 비쳐서는 안 된다”며 “미국의 지속적인 관여(engagement) 정책은 지정학적 안보전략, 에너지 및 금융자원, 이스라엘에 대한 미국의 책임 등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CFR와 브루킹스연구소는 이 같은 연구를 집대성해 책을 펴냈다. 리처드 하스 CFR 회장, 마틴 인다이크 브루킹스 중동정책연구소장, 게리 세이모어 CFR 부회장, 마이클 오핸런, 케네스 폴락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이 참가했다.

제언 내용을 요약한다.

①이라크=최근 상황이 호전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불안정 요인이 남아 있다. 2009년에 치르는 지방선거와 총선거가 이라크 정부 주도하에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2010년부터 이라크에서의 감군(減軍)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감군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2010년 말이나 2011년까지 현재 주둔군의 절반을 줄일 수 있다. 그러나 우리의 제언은 ‘상황에 맞는’ 감군이지 무조건적이고 기계적인 철군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②이란=핵무장 시도를 가속화하는 이란 문제는 중동지역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부각될 것이며 오바마 행정부가 우선순위로 처리해야 할 문제다. 오바마 행정부는 국무부 내에 이란 문제 담당 특사를 신설해 포괄적인 외교적 해결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 오바마 당선인 취임 초기의 ‘밀월기간’은 앞선 5명의 대통령이 해결하지 못한 이란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할 수 있는 호기다.

③핵 비확산=이란의 명백한 핵 야심에도 불구하고 우라늄 농축기술 완성까지는 최소한 2, 3년 걸릴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다. 우선적으로는 이란과 미국의 양자대화는 물론 이란과 유럽연합(EU) 3개국(프랑스, 독일, 영국)+3(중국, 러시아, 미국)의 회담채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다만 외교적 노력이 실패할 시 미국은 최악의 경우 핵시설 공습 등 무력 사용을 동원할 것이라는 믿음을 이란에 심어줄 필요는 있다.

④중동-아랍 평화협상=이라크 전쟁에 밀려 우선순위에서 처져 있었던 중동평화협상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우선적으로 다뤄야 할 주요 이슈다. 오바마 행정부는 팔레스타인을 대표하는 조직들이 분열돼 있는 상태에서는 이 지역에서의 평화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무장 저항단체인 하마스의 힘은 상당수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진정한 지지에서 나온다는 것을 인정해야 하며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별도로 행동하는 한 중동평화협상에 커다란 훼방꾼이 될 수밖에 없다. 하마스가 자치정부로 들어온다 해서 건설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보장은 없지만 오바마 행정부는 현 자치정부와 하마스의 화해를 적극 주선할 필요가 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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