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 정가 구태 정치 3題

  • 입력 2008년 12월 26일 02시 57분


부시 막판선심

라이스 케네디센터 이사 임명 등

측근 24명 공공기관에 자리 마련

퇴임을 앞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24일 측근 24명을 10개 공공기관의 비상임 이사직에 임명했다.

피아노 연주 애호가인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워싱턴 시내의 대표적인 공연장 케네디센터의 이사가 됐다. 임기는 2014년 9월까지. 6년간 최고 객석 표는 보장된다.

칼로스 구티에레즈 상무장관은 워싱턴의 연구기관인 우드로윌슨국제센터의 이사로 임명됐다. 부시 대통령의 책사였던 칼 로브 전 백악관비서실 차장의 참모로 일하다 현재 부시 대통령의 전략·대외관계 보좌관인 배리 잭슨 씨도 이 센터 이사가 됐다. 둘 다 임기는 6년.

부시 대통령의 텍사스 주지사 시절부터 개인 참모 역할을 한 이스라엘 에르난데스 상무부 차관보는 4년 임기의 통상교섭·정책자문위원이 됐다.

로라 부시 여사의 비서실장인 애니타 맥브리지 씨는 3년 임기의 풀브라이트장학재단 이사가 됐다.

정권 교체 후에도 임기가 보장되는 이사직에 측근들을 임명하는 것은 예전 다른 대통령들도 종종 사용했던 방법이다. 백악관은 ‘무보수직’임을 강조했지만 대부분의 자리는 경비 환급과 자잘한 보상들이 제공된다.

이를 두고 뉴욕타임스는 포장지를 벗기지 않아도 되는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비꼬았다.

취임 기부파티

오바마 취임 관련 기부 금지에도

기업-로비스트들 거액 파티 협찬

버락 오바마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이 열리는 내년 1월 20일을 전후해 워싱턴에서는 60건 이상의 축하 파티가 열린다.

“워싱턴의 낡은 정치 관행 혁파”를 주창해온 오바마 당선인은 취임식과 관련해 기업이나 로비스트의 기부금을 일절 받지 않겠다고 밝혀왔다. 세금으로 지원되지 않는 사적인 취임 관련 비용 충당을 위해 그는 이미 1000만 달러 이상을 투명한 절차를 거쳐 모금했다.

그러자 일부 기업과 로비스트들은 당선인 측이 관여하지 않는 각종 축하 파티에 거액을 협찬하고 나섰다.

유에스에이투데이 보도에 따르면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은 당선인의 정치적 본거지인 일리노이 주 소사이어티가 취임식 전날 밤 개최하는 무도회에 4만 달러를 협찬했다. 시카고에 근거지를 둔 원자력발전회사 엑셀론도 이 무도회 등에 8만 달러를 기부했다.

원자력발전소 건설 로비를 하는 핵에너지연구소는 축하 퍼레이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워싱턴 시내 빌딩을 빌려 파티를 열 계획이다.

기업과 로비스트들은 이런 파티 참석 티켓을 무더기로 구입하고 있다. 파티를 구실로 새로 개원하는 의회의 실력자들에게 접근하려는 것이다.

한편 오바마 부부는 취임 당일 저녁 10여 곳의 파티에 참석할 예정이다.

편법 자금모금

힐러리캠프 대선때 진 빚 갚으려

지지자 메일 클린턴재단에 임대

대통령선거 때 진 빚 때문에 고심하는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의 선거캠프가 최근 근사한 수입원을 찾았다.

24일 ABC방송 보도에 따르면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운영하는 ‘윌리엄 J 클린턴 재단’이 힐러리 캠프가 구축해 놓은 방대한 e메일 주소록을 유료로 임차한 것.

힐러리 캠프의 e메일 주소록은 500만 명가량의 열성 지지자 e메일 주소가 정리돼 있어 오바마 캠프 주소록(1300만 명으로 추정)에 이어 두 번째로 규모가 크다.

ABC방송은 수백만 명의 지지자 명단이 들어 있는 주소록의 사용권을 빌리기 위해선 수십만 달러를 지불해야 했을 것으로 추산했다.

연방법에 따르면 e메일 리스트는 집기, 컴퓨터 등과 마찬가지로 선거본부가 처분할 수 있는 재산이다. 다만 공정한 시장가격에 따라 거래돼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힐러리 의원은 아직 630만 달러의 선거 빚을 지고 있다. 연방윤리법에 따라 상원 인준을 받아 국무장관에 취임하면 더는 정치자금을 모금할 수 없어 시한에 쫓기는 형편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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