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다! 온난화” 그린란드 독립 첫걸음

  • 입력 2008년 11월 27일 02시 59분


“덴마크로부터 분리” 주민투표 압도적 찬성

채굴 가시화된 석유-가스 수익이 ‘독립자금’

세계 최대의 섬인 그린란드 주민이 25일 실시된 주민투표에서 자치권 확대에 압도적으로 찬성표를 던졌다.

DPA통신 등에 따르면 투표에 참가한 3만9000명의 유권자 중 75%가 자치권 확대에 찬성했다고 전했다. 투표율도 75.5%로 매우 높았다.

인구의 4분의 3가량이 비행기나 배를 이용하지 않으면 접근하기 어려운 곳에 살지만 이들은 혹한의 추위에도 걸어서 혹은 눈썰매를 끌고 75곳에 설치된 투표소로 향해 한 표를 행사했다.

이번 투표는 덴마크의 지배를 받아 온 그린란드의 분리 독립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란 점에서 주목받았다.

자치권 확대로 그린란드는 2009년 6월 21일부터 북극 천연자원에 대한 권리와 사법·경찰권을 행사한다. 외교 국방권은 여전히 덴마크가 갖지만 북극권과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서 더욱 능동적으로 행동할 수 있게 됐다.

그린란드는 1721년 덴마크의 식민지가 됐다. 1979년 자치권을 얻었지만 그 권리는 매우 제한돼 있었다. 경제적으로도 맥주부터 화장실 휴지까지 거의 모든 공산품을 덴마크에서 수입하는 처지다. 덴마크로부터 받는 직접 보조금도 한 해에 약 4억 유로에 이른다.

그런데 지구온난화가 그린란드에는 약 300년 만의 독립 가능성을 열어 줬다.

그린란드의 영토는 독일의 6배에 이르지만 영토의 85%는 얼음으로 덮여있다. 이곳에 엄청난 석유와 가스가 매장돼 있지만 만년빙이어서 손댈 엄두를 내지 못했다. 세계는 이 얼음이 녹을 것을 걱정하지만 그린란드는 오히려 이를 반겼다. 특히 석유와 가스는 얼음이 빠른 속도로 녹고 있는 동쪽 지역에 대부분 매장돼 있다.

3월 덴마크 그린란드 합동위원회는 석유와 가스 채굴에서 수익이 날 경우 이를 어떻게 분배할지 합의했다. 처음에는 한 해 수익이 1억 유로가 될 때까지 모두 그린란드가 가져가고, 수익이 1억 유로를 넘어서면 그 액수에 비례해 덴마크가 그린란드에 대한 보조금을 삭감하기로 했다.

수익이 8억 유로를 넘어서면 덴마크는 보조금을 완전히 중단하고 그린란드가 독립하면서 그때부터는 덴마크가 투자수익을 가져가기로 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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