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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20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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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규제-민영화, 지구촌 경제성장-빈곤탈출 절대기여
영국의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18일자 최신호에서 “오늘날 자본주의가 궁지에 몰려 있지만 자본주의는 그 결점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만들어낸 최고의 경제 시스템”이라고 주장했다.
은행 국영화를 포함한 영미의 구제금융에 대해 중국의 지도자는 “우리 선생들이 문제가 있었다”고 말했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자유방임은 끝났다”고 선언했다.
그러나 잡지는 오늘날의 은행 국유화는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스 대통령의 은행 국유화 조치와 근본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했다. 미테랑 대통령은 국가가 은행을 더 잘 운영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오늘날 영미의 지도자들은 국가가 은행에 개입해 신용의 흐름을 지킴으로써 실물 경제를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는 것이다.
잡지는 단기적으로는 자본주의의 방어가 역설적으로 국가 개입을 통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그 사례로 1990년대 핀란드와 스웨덴이 은행을 국유화한 뒤 곧 민영화한 것을 꼽았다. 오늘날 구제금융의 규모가 그때와는 크게 다르지만 그 논리는 마찬가지다. 국가가 개입하지 않아 신용이 말라버릴 때 드는 비용이 더 크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자본주의 비판을 두 가지로 구별했다.
첫째, 앵글로색슨 자본주의가 총체적으로 실패했으며 영미가 가르쳐온 탈규제와 민영화가 세계 경제를 재앙으로 이끌었다는 주장이다. 잡지는 이런 비판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지난 25년간 각종 교역장벽을 낮춤으로써 인류는 개인소득 기준으로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이뤘고 수억 명이 절대 빈곤에서 벗어났다.
둘째는 경제 전반보다는 금융의 탈규제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잡지는 금융은 늘 투기로, 거품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이런 주장은 인정할 가치가 있다고 평가했다. 사실 빅토리아 시대의 신문들도 버블을 비판했다. 그때는 주택 가격이 아니라 철도주식이 문제였다는 게 다를 뿐이다.
그러나 잡지는 오늘날 금융 실패의 원인으로 탈규제만을 지적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강조했다. 미국 주택대출 시장은 정부가 보증한 두 기관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지배됐고 주택소유자를 늘리려는 의회에 의해 이끌려갔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주택버블을 무시하고 단기 금리를 너무 오랫동안 너무 낮게 유지했다.
잡지는 규제의 강화가 위기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최근 두 차례의 가장 심각했던 일본과 한국의 금융위기가 규제로 둘러싸인 영역에서 발생한 것을 사례로 제시하면서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부가 아니라 더 좋은 정부”라고 결론을 맺었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