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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0월 16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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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은행 지분 매입 조치는 이전 방안보다 훨씬 더 나아 보인다.”(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2500억 달러로는 위기를 풀기에 충분치 않다.”(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미국 정부가 14일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가운데 2500억 달러를 금융회사의 지분 매입에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뒤 이 방안의 실효성을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에서는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적절한 조치로 평가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더 많은 자금이 투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 핌코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공동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하고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지금까지 상처가 워낙 깊기 때문에 금방 좋아지지 않겠지만 이제는 치유 과정에 있다”고 말했다.
올해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루그먼 교수도 이날 CNBC에 출연해 “정부의 은행 지분 매입 계획 발표를 보고 처음으로 정부 정책이 위기 극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느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러나 상당수 경제전문가는 은행 지분 매입조치가 다소 늦었고, 2500억 달러보다 더 많은 돈을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모기지(주택담보대출) 부실을 불러온 주택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어 금융회사 부실이 계속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루비니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TV와의 인터뷰에서 “2500억 달러로는 충분치 않다”며 “미국 금융시스템이 필요로 하는 자본 규모를 감안하면 정부가 은행 지분 매입을 배로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팩트 앤드 오피니언(FAO) 이코노믹스의 로버트 브루스카 수석이코노미스트도 “자산 부실의 근원이 된 모기지 시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어 금융회사가 확충한 자본은 다시 부족사태를 겪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닥터 둠(Dr. Doom)’으로 불리는 월가의 비관론자 마크 파버는 “2500억 달러 투입은 뜨거운 난로에 물 한 방울 떨어뜨리는 것처럼 무의미한 일”이라며 “서방국가들의 구제금융대책으론 근본 문제인 과도한 차입을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의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경기침체는 막을 수 없다는 점에 대부분 동의하고 있다.
루비니 교수는 “미국은 40년 만에 최악의 경기침체를 경험할 것이고 증시의 랠리도 끝날 것”이라고 말했고, 크루그먼 교수도 “새로운 대책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심각한 경기침체로 향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