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하종대]“불량분유 뿌리뽑겠다” 또 뒷북치는 中정부

  • 입력 2008년 9월 19일 02시 55분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지만 중국의 화두(話頭)는 단연 ‘멜라민 분유’ 파동이다. 정부 언론은 물론이고 영아 없는 어른도 관심은 온통 불량 분유 사건에 쏠려 있다.

18일 오전 관영 신화통신의 국내 주요 뉴스 21개 중 절반이 넘는 13개가 멜라민 분유 관련 기사였다. 신화통신은 극히 이례적으로 이 사건의 추적보도 코너까지 개설했다.

중국 최고 행정기관인 국무원은 17일 오전 원자바오(溫家寶) 총리 주재로 회의를 열고 이번 파동을 계기로 분유뿐 아니라 우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 등 유제품 업계를 완전히 새로 정돈(整頓)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영유아 환자 치료에 만전을 기하고 멜라민이 첨가된 제품을 모조리 찾아내기 위해 전면 조사를 벌이는 것은 물론 관련자들은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국무원은 특히 이 기회에 관리감독 체제를 바꾸고 관련 법률과 정책까지 근본적으로 재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파즈(法制)만보에 따르면 앞으로는 무려 5000명의 감독관이 전국 각 분유 생산 현장에 파견돼 상주하면서 생산과정을 점검하게 된다.

2005년 4월에 이미 원유(原乳)에 멜라민이 첨가된 사실을 알고도 싼루(三鹿)그룹이 올해 8월 2일까지 이를 은폐해 온 사실이 드러난 만큼 생산업체가 스스로 점검해야 할 사안까지 정부가 직접 나서서 챙기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올해 3월 처음 접수된 싼루 분유 소비자의 피해 고발을 조금만 잘 챙겼더라면 이처럼 큰 파장을 불러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5월 1일과 7월 22일 간쑤(甘肅) 성에서 싼루 분유를 장기간 먹은 영아가 급성 신부전증으로 숨지는 등 4명의 영아가 사망하는 사태까지 번졌지만 중국 당국은 이를 쉬쉬하다 9월 9일에야 겨우 공개했다.

중국의 식품안전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해 10월엔 발암 의심 물질인 말라카이트그린이 함유된 가자미가 대량 유통됐고 올해 1월엔 농약만두가 일본에 수출됐다.

또 이에 앞서 2006년 11월엔 발암물질인 쑤단훙(蘇丹紅)이 함유된 오리알과 계란이 대량으로 발견됐는가 하면 사료용 쌀을 식용으로 팔다 적발된 적도 있었다.

중국 정부는 그때마다 ‘전면 정돈’을 외치며 호들갑을 떨었지만 유해식품 파동은 끊이질 않고 있다.

중국 정부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이번이 마지막이길 진심으로 바란다.

하종대 베이징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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