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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9월 13일 01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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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친 듯이 내달리던 중국 증시가 날개 없이 고꾸라지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이후 중국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고, 물가 상승을 우려한 당국의 경기 및 증시 부양 의지도 미약하다. 공포에 질려 투자자들이 투매하고 있는 상황에서 상장업체의 비(非)유통 주식(大小非·다샤오페이)을 중심으로 공급은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외국인들은 중국에서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조짐을 보인다.
전문가들은 중국 증시를 총체적 난국으로 이끈 이런 악재들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가까운 미래에 중국 증시가 예전 수준을 다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예측이 많다.
○ 수급 불안, 긴축정책, 세계 불황의 합작품
지난해 중국 주식시장은 광풍노도(狂風怒濤)의 시기였다. 여유자금을 가진 1억 명의 중국 중산층은 너도나도 ‘열풍’에 휩쓸렸다. 중국 주식의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이 70배까지 올랐고 거품에 대한 우려도 생겨났다.
거품은 부풀어 오른 만큼 빠르게 꺼졌다. 2007년 1월 4일 2,716에서 그해 10월 16일 6,092까지 오른 상하이종합지수는 2008년 9월 12일 2,080까지 빠졌다. 상하이(上海)와 선전(深(수,천)) 주식의 시가총액도 2007년 말 5200조 원에서 9월 11일 현재 2144조 원으로 줄었다. 9개월 새 3000조 원이 증발한 것이다.
중국 증시가 이렇게 빨리 몰락한 데엔 여러 가지 요인이 있다. 이 중에서도 경기과열을 우려한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이 세계 경기의 하락 사이클과 맞물린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투자분석부장은 “성장률 둔화와 물가 상승에 대한 부담, 그로 인한 중국 정부의 긴축조치 모두 주식 수요를 갉아먹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주가가 비이성적으로 오른 만큼 하락할 때도 비이성적 공포에 의해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중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06년 평균 1.5% 수준에서 올 2월 8.7%로 급등했다. 최근 5, 6년간 중국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뛰어넘는 경제성장을 하면서 경기 과열이 빚어진 데 따른 것이다.
내부적으로는 주식의 수급 불균형이 주가 하락을 부채질했다. 올해 들어 월평균 35조 원에 이르는 다샤오페이가 계속 시장에 풀리며 공급이 급증했다.
‘정보기술(IT) 버블’이 한창이던 1999∼2000년 한국에서 인터넷 기업 주식의 공급이 달려 주가가 급등했지만 이후 기업들이 증자를 거듭하면서 주가가 급락한 것과 비슷한 현상이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중국 정부에 증시 부양책을 기대했던 투자자들은 당국의 미온적인 대처에 실망하면서 매물을 쏟아냈다. 증시에 등을 돌린 자금은 최근 금리가 치솟고 있는 사채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1년 전만 해도 모두 주식 투자에 열을 올렸던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 대출금의 이자를 상환하는 것도 벅차 주식 투자를 할 여력이 없는 상황이다.
○ 급반등은 어려울 듯
국내외 경제연구기관들은 중국 경제의 성장률이 최악의 경우 연 7%대로 추락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고유가와 글로벌 경기침체 국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고, 부동산 버블 붕괴와 부실채권 급증이라는 중국발(發) 금융 불안의 가능성도 상존한다. 모건스탠리도 최근 보고서에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붕괴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경고했다.
외국인 투자가들의 행보도 심상치 않다. 미국과 중국 금리의 격차를 노리고 올해 대거 유입된 ‘핫머니’(단기투기성 자금)는 위안화 절상 속도가 완만해지면 다시 급격히 유출될 수도 있다.
이처럼 향후 중국 증시를 짓누를 부담 요인들을 고려할 때 1조8000억 달러가 넘는 막대한 외환보유액을 이용해 ‘증시안정기금’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과거 아시아 각국에서 주가지수가 50% 이상 빠진 뒤에는 일반적으로 짧아도 1∼2년의 조정과정이 필요했던 만큼 중국 증시의 빠른 회복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전문가들 사이에서 나오고 있다. 다만 최근 물가 상승이 다소 진정되면서 중국 정부가 적극적인 경기 부양책을 내놓을 여유가 생겼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이다.
한화증권 조용찬 중국분석팀장은 “향후 경기 부양책이나 비유통 주식 문제에 대한 대책이 나올지가 관심사”라며 “내년 전국인민대표대회 등의 결과를 유심히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