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 후보도 나처럼…”자녀고민 ‘동질감’에 열광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8일 02시 54분



“워싱턴의 낡은질서 갈아치울 것” 강인함 과시

미인대회서 우정상… 붙임성 - 화합력 뛰어나

공동유세장 “페일린” 연호… 매케인 인기 압도


‘세라 페일린 바람’이 전당대회를 거치며 미국의 정치판을 흔들 대형 허리케인으로 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미국 공화당 러닝메이트로 최초의 여성 부통령을 꿈꾸는 페일린 부통령 후보의 인기는 당장 6일(현지 시간) 공화당 유세 현장에서 확인됐다.

일주일 전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렸던 콜로라도 주의 콜로라도스프링스에서 개최된 존 매케인 대통령 후보와 페일린 후보의 공동유세장에서는 주연 ‘매케인’보다 조연 ‘세라’ ‘페일린’을 외치는 연호가 압도적으로 많이 터져 나왔다.

AP통신은 “선거 플래카드에는 ‘매케인-페일린’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관중은 그 순서의 반대로 이야기하고 있다”며 “페일린 후보는 이제 공화당 유세의 최고 볼거리가 됐다”고 평가했다.

ABC뉴스가 6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미국인의 50%는 페일린 후보의 인상에 대해 ‘우호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특히 공화당 성향 유권자의 85%, 무소속 유권자의 53%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ABC뉴스는 또 페일린 후보가 등장한 뒤 공화당의 대선자금 모금 속도가 두 배로 빨라졌다고 보도했다.

갤럽이 5일 발표한 버락 오바마 민주당 후보와 매케인 후보의 지지율은 각각 48%, 44%로 집계돼 4%포인트 차를 보여 격차가 크게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오바마 후보도 6일 페일린 후보의 ‘말 바꾸기’ 사례 등을 거론하며 본격적인 공격에 나섰다. 그동안 성차별 논란 등을 우려하며 직접적 비난을 자제해왔지만 이처럼 지지도 격차가 줄어들자 ‘페일린 효과’의 차단에 나선 것이다.

페일린 후보의 인기가 상한가를 치는 이유는 그가 가정에 다소 문제가 있지만 가족애를 과시하며 국민에게 파고들고 있다는 게 미 언론의 분석이다.

무엇보다 그가 3일 수락연설에서 밝힌 대로 “가정문제에 관한 한 나 역시 일반 미국인과 같은 고민을 갖고 살아가는 평범한 가정주부”라는 메시지가 유권자들에게 친근감 있게 다가온 것으로 풀이된다.

그는 고교생 딸의 임신 사실과 관련해 자신도 자녀 문제로 고민하는 평범한 주부 중 한 명이라고 강조한 뒤 “당선된다면 특별한 도움이 필요한 자녀들의 처지를 이해하는 친구이자 가장 강력한 옹호자가 될 것”이라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그러면서도 페일린 후보는 미국인들이 매우 높이 사는 ‘강인함’까지 보여줬다.

다섯 남매의 어머니로서 자녀교육을 위해 헌신하는 ‘하키 맘’을 자처하는 페일린 후보는 “하키 맘과 불도그의 차이점은 립스틱을 발랐느냐, 아니냐일 뿐”이라고 말해 터프함을 과시했다.

또 이 같은 페일린 후보의 가족 이야기가 연예 잡지나 TV 프로그램에서 단골 메뉴로 다뤄지면서 페일린 후보는 스타 대접을 받고 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알래스카의 신선한 바람으로 워싱턴의 낡은 질서를 깡그리 갈아 치워버리겠다”는 페일린 후보의 ‘당돌한’ 메시지를 통해 변화는 오바마 후보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했다는 점도 페일린 현상의 한 요인으로 보인다.

또 알래스카 미인대회에서 동료들이 선정하는 최고의 상인 ‘우정상(Miss. Congeniality)’을 수상했을 정도로 붙임성과 화합력이 뛰어나다는 점도 미국인들이 정치 신인에게 호감을 보이는 이유라는 것이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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