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케인“공화당원 아닌 미국인 모자 쓰자”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대회 일정 대폭 축소 허리케인 현장점검

초특급 허리케인 구스타프의 미국 본토 상륙으로 대규모 재난 사태가 예견된 가운데 공화당 전당대회가 1일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개막됐다.

공화당은 첫날부터 정해진 일정을 대폭 축소했다. 공화당은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존 매케인 후보가 ‘준비된 대통령’으로서 면모를 과시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는다는 전략 아래 향후 스케줄도 대폭 수정할 태세다.

1일 전당대회에 참석해 연설할 예정이던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딕 체니 부통령은 참석을 취소한 채 영상 메시지로 대체할 예정이며, 매케인 후보는 수락 연설을 재난 현장에서 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기 상황에 더 빛나는 리더십=구스타프는 신명나는 정치 축제를 열려고 했던 공화당에는 악재이지만 공화당은 위기 상황에서 더 빛나는 믿을 수 있는 국가지도자의 이미지를 강조하기 위한 기회로 삼겠다는 자세다.

이번 전당대회 슬로건을 ‘국가가 최우선이다(Country First)’로 내걸었던 매케인 후보는 당초 일정을 취소하고 일정에 얽매이지 않은 채 세라 페일린 부통령 후보와 함께 남부 미시시피 강 인근 지역을 방문해 재난 대비 상황 점검에 나섰다.

매케인 후보는 지난달 31일 긴급 성명을 통해 “현재는 정당정치를 초월해야 할 시기”라며 “(전당대회가 열리는) 내일 밤은 물론 필요한 경우 이번 전당대회 기간 내내 우리는 공화당원이 아닌 미국인으로 행동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그는 또 당원들에 대해서도 “이제는 공화당원의 모자를 벗고 미국인의 모자를 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매케인 후보가 자신의 정치역정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는 전당대회 일정을 과감히 축소하면서까지 신속히 대처한 것은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의 교훈 때문.

당시 미국에서는 1600여 명이 사망했고 가장 큰 피해를 본 뉴올리언스는 여전히 미복구 상태. 민주당은 공화당 정부의 무능과 재난에 대한 무사안일을 지적하는 대표 사례로 카트리나 사태를 지목했다.

공화당도 “첫날 행사는 정강정책 채택 등 필수 절차만 진행하고 다른 행사는 취소하며 2일 이후 일정 역시 유동적”이라고 발표했다.

▽보수적 가치와 페일린 띄우기=매케인 후보는 전당대회를 통해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 부시 대통령과 차별화된 새로운 보수적 가치를 강조하며 다시 한 번 ‘라이트 네이션(우파 국가)’을 창출하자고 강조할 예정이다.

임기 말 인기가 추락한 부시 대통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면서도 1980년대 초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집권 이래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보수적 가치를 창조적으로 재건하겠다는 전략.

공화당은 또 승부수로 띄운 페일린 부통령 후보 알리기에도 적극 나선다는 전략을 세웠다. 예상을 뒤엎은 ‘대담한 카드’로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는 성공했지만 일천한 경험에 대한 불안감과 낙태 반대, 총기 보유 찬성 등 강경보수 이미지를 털어내야 한다는 것.

하지만 USA투데이 등 미국 언론은 이른바 인구 50명이 사는 알래스카의 한 섬과 공항을 잇는 2억3300만 달러짜리 ‘갈 곳 없는 다리(Bridge to Nowhere)’ 건설과 관련해 그간 알려진 것과 달리 페일린 후보는 애초 연방 예산의 지원을 앞장서 지지했다며 개혁 성향에 의문을 제기했다.

세인트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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