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이후 중국 어디로]<3>시험대 오른 정치

  • 입력 2008년 8월 27일 02시 56분


중국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한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 국민의 민주화 욕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지도부도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어 정치개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중국의 저력을 세계에 과시한 베이징 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경제성장에 따라 중국 국민의 민주화 욕구가 점차 높아지고 있고 지도부도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어 정치개혁이 어떻게 전개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베이징=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올림픽 이후 중국의 정치시스템은 어떻게 변할까. 1978년 개혁개방 후 30년간 경이로운 성과를 거둔 경제처럼 정치 분야도 개혁개방이 이뤄질까. 중국 국민의 민주화 욕구가 분출될 것이라고 서방 학자들이 예상한 시기가 다가오면서 중국의 정치개혁에도 세계적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정치개혁’을 외치고 있다. 하지만 정치개혁을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이룰 것인지에 대한 청사진은 나오지 않고 있다.>>

정치에도 올림픽 바람… 中 ‘개혁 시계’가 빨라진다

“전면개혁 추진” 천명했지만 서구제도 채택엔 선그어

내년 1인 GDP 3000달러 달성땐 민주화 요구 커질듯

中 ‘고성장으로 제어’ 시도… 소수민족 움직임도 변수



○ “정치개혁은 선택 아닌 필수”

그동안 중국의 경제성장은 눈부실 정도다. 1978년 약 2165억 달러이던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약 3조2800억 달러로 독일에 이어 세계 4위로 올라섰다. 224.3달러에 불과하던 1인당 GDP 역시 지난해 2287.3달러로 29년 만에 11.1배로 늘었다.

하지만 이 같은 ‘경제기적’이 계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부쩍 커진 경제력에 걸맞은 정치시스템의 변화가 뒤따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개혁개방의 총설계사’ 덩샤오핑(鄧小平)은 정치와 경제 개혁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일찍이 설파했다.

“정치 개혁은 경제 개혁과 상호의존적이다. 오직 경제 개혁만 하고 정치 개혁을 외면한다면 경제 개혁 역시 제대로 할 수 없다.”

그는 시장경제 채택으로 경제가 살아나기 시작한 1986년 6월 24일 최고 권력기관인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회에서 이같이 강조했다. 즉 ‘중국의 정치개혁은 선택 아닌 필수’라는 얘기.

2002년 11월 집권한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공산당 총서기 역시 지난해 10월 열린 제17차 당 대회에서 정치체제 개혁의 심화와 인민민주주의 제도의 확대, 법치국가의 실현 등을 강조했다.

후 주석은 베이징 올림픽 개막을 앞둔 1일 내외신 기자회견에서도 “(올림픽 이후) 우리는 경제 개혁을 더 심화시키고 경제사회의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동시에 정치 개혁을 포함한 전면적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치민주화

‘시장경제’를 채택한 중국은 경제시스템에 관한 한 세계의 보편적 기준에 보폭을 맞추고 있다.

중국은 2001년 12월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데 이어 최근엔 한국 등 세계 각국과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추진하고 있다.

정치이념 역시 약간씩 변화한 것도 사실이다. 1세대 핵심 지도자인 마오쩌둥(毛澤東)의 혁명 사상부터 2세대 지도자인 덩샤오핑의 계급투쟁론 포기와 개혁개방론, 3세대 장쩌민(江澤民)의 ‘3개 대표론’, 4세대 후 주석의 과학발전관에 이르기까지 강조점이 조금씩 바뀌었다.

하지만 전체 틀로 보면 중국의 정치개혁은 여전히 ‘죽(竹)의 장막’이나 마찬가지다. 덩이 주창한 △마르크스 레닌주의와 마오 사상 △사회주의 노선 △인민민주독재 △공산당 영도 등 4개항의 견지 원칙에서 거의 한 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

2001년 7월 1일부터 3개 대표론에 의해 자본가의 입당이 허용됐지만 자본가는 당의 중심 정치세력은 아니다.

후 주석은 지난해 10월 열린 제17차 당 대회 정치보고에서 “중국은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정치발전의 길’을 걸어야 한다”며 정당제도인 공산당 영도 원칙과 정치협상회의, 국회 격인 인민대표대회 제도를 바꾸지 않을 것임을 천명했다.

정치개혁에 나서더라도 다당제와 지도자의 직접 선출이라는 서양의 정치제도의 골간을 그대로 모방하지는 않을 것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중국의 한 학자는 “학자들 사이에서는 순수 공동체주의부터 민주사회주의, 자유주의를 가미한 공동체주의와 공동체주의를 가미한 자유주의 등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중국 지도부의 생각은 변하지 않고 있다”며 “올림픽 이후 민주개혁이 이뤄진다 해도 제한적 범위에서 실험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중국 정부는 현 정치시스템을 유지하되 당내 민주화와 향·촌(鄕·村) 수준의 기초 단위에서의 경선 및 주민에 의한 지도자 직접 선출 등은 적극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 과제 산적한 1인당 GDP 3000달러 시대… 째깍째깍

하지만 중국 지도부의 이런 방침이 계속 유지될지는 예측하기 어렵다. 학자들은 중국 공산당이 앞으로도 8% 이상의 경제성장을 유지할 수 있다면 사회 불만이나 정치개혁, 민주화에 대한 욕구도 안정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이 급증하면 사회 불안과 함께 민주화에 대한 욕구도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 대만처럼 사회동란(社會動亂)을 통한 민주화 길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소수민족의 움직임도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 티베트족과 위구르족 등 소수민족은 중국의 민주화 과정을 기화로 또다시 독립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1인당 GDP 3000∼5000달러는 정치민주화 운동이 가장 많이 일어나는 시기다. 지난해 2500달러에 근접한 중국은 이르면 내년부터 1인당 GDP 3000달러 시대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지도부가 난제인 ‘정치개혁과 민주화’라는 과제와 부닥쳐야 하는 시기가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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