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진보진영 잇단 오바마 험담, 왜?

  • 입력 2008년 7월 14일 02시 56분


“흑인들에 고통분담 요구하는 모습에 불만” 분석

미국 내 이른바 진보파 인사들의 입에서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을 깎아내리는 험담이 계속 터져 나오는 이유는 뭘까.

지난주 미국 신문들엔 ‘×’자가 숱하게 등장했다. 제시 잭슨 목사가 오바마 의원에 관해 내뱉은 험담을 차마 그대로 전하지 못한 채 ‘×’로 표기한 것. 방송들은 해당 대목을 묵음 처리했다.

폭스뉴스에 출연한 잭슨 목사는 인터뷰 직후 다른 출연자에게 낮은 목소리로 “오바마가 흑인을 깔보는 식으로 얘기한다. 그의 ××을 잘라내고 싶다”고 말했다. ‘거세해버리겠다’는 뜻이었다.

사실 잭슨 목사의 발언은 오바마 의원을 겨냥한 잇단 험담의 최신판에 불과하다. 저명 소비자보호 운동가인 랠프 네이더 씨는 “오바마가 ‘주식회사 미국’과 백인의 말을 대신해 주고 있다”는 비난을 거듭하고 있다.

최초의 흑인 억만장자 기업인 로버트 존슨 씨는 올해 4월 “오바마가 흑인이 아니었다면 선두주자가 못 됐을 것”이라고 비아냥댔다. 이 밖에 흑인 민권운동가이자 논평가인 앨프리드 샤프턴 씨를 비롯한 일부 흑인 비평가들도 독설을 뿜고 있다.

‘가장 진보적인 상원의원’으로 꼽힌 바 있는 오바마 의원을 막상 진보진영 인사들이 폄훼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흑인 논평가인 존 리들리 씨는 12일 공영 NPR방송에서 “(흑인들의 절망과 분노에 동참하는 대신) ‘각자 더 많은 책임감을 갖자’고 호소하는 오바마의 태도가 리버럴 진영에 도전이 된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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