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릴라도 못건드린 사랑

  • 입력 2008년 7월 5일 03시 04분


콜롬비아서 구출된 인질 5년 기다린 청혼 ‘해피엔딩’

“내 아내가 돼 주겠소?”

올해 3월 콜롬비아 보고타 공항. 퍼트리샤 메디나 씨는 장미꽃 한 송이를 손에 쥔 채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는 “물론이에요!”라고 답했다.

하지만 정작 청혼을 한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 남자는 좌익 게릴라 조직인 콜롬비아무장혁명군(FARC)에 5년째 인질로 붙잡혀 있는 상태였기 때문이다.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잉그리드 베탕쿠르 전 콜롬비아 대통령후보와 함께 FARC로부터 구출된 인질 중 한 명인 키스 스탠셀(사진) 씨가 먼저 풀려난 인질을 통해 여자친구에게 청혼한 사연을 3일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 용역업체 직원이던 스탠셀 씨는 2003년 2월 콜롬비아 마약 재배 지역을 정찰하던 중 비행기가 불시착하면서 FARC에 납치됐다. 당시 임신 5개월이던 여자친구 메디나 씨는 스탠셀 씨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리며 혼자 쌍둥이 아들을 낳아 길렀다.

스탠셀 씨는 피랍자들에게 가족이 사연을 전하는 라디오방송 프로그램에서 메디나 씨와 두 아들의 소식을 듣게 됐다. 그는 함께 붙잡혀 있던 루이스 엘라디오 페레스 전 콜롬비아 상원의원이 3월 풀려나게 되자 그에게 자신의 청혼 메시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했다.

페레스 전 의원에게서 스탠셀 씨의 청혼 메시지를 전달받은 메디나 씨는 다시 라디오방송을 통해 스탠셀 씨에게 프러포즈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신문은 “스탠셀 씨가 이제 메디나 씨에게서 직접 (청혼에 대한) 대답을 들을 수 있게 됐고 처음으로 쌍둥이 아들과도 만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한편 베탕쿠르 씨는 “피랍 기간 중 3년 동안 쇠사슬에 묶여서 지냈고 갖은 고문을 당했다”고 말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AP통신도 베탕쿠르 씨가 피랍 생활에 대해 “동식물보다도 못한 취급을 받았다”고 회상했다고 보도했다.

AFP통신은 데이너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의 말을 인용해 “미국은 콜롬비아 정부가 구출 작전을 계획하는 단계부터 알고 있었고, 이후 작전을 실행하기까지 전 과정을 지원했다”고 전했다.

윌리엄 브라운필드 콜롬비아 주재 미국대사는 CNN 인터뷰에서 “미국이 구출작전에 ‘기술적인 지원’을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누엘 산토스 콜롬비아 국방장관은 “구출작전은 100% 콜롬비아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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