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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6월 16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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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르코지 “딸꾹질에 불과… 대세엔 지장없다”
英총리실 “회원국 모두 비준 못하면 효력 상실”
아일랜드에서 유럽연합(EU)의 정치적 통합에 관한 리스본 조약이 부결된 뒤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EU 회원국 간에 심각한 시각차가 나타나고 있다.
13일 아일랜드 선거 당국에 따르면 12일 국민투표에 부쳐진 리스본 조약은 반대 53.4%, 찬성 46.6%로 부결됐다.
프랑스 독일 등은 아일랜드의 국민투표 부결에도 불구하고 내년 1월 1일로 예정된 리스본 조약을 발효시켜야 한다고 입을 모았지만 영국에서는 ‘조약이 실패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얻고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피가로는 다음 달부터 6개월간 EU 순회의장을 맡게 될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아일랜드 국민투표는 한 차례의 ‘딸꾹질’에 불과하다. 이는 유럽 정치의 위기가 될 수 없다”며 “다른 나라들은 지금까지 18개국이 했던 것처럼 비준을 계속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에 따르면 독일 사민당의 차기 총리 후보감으로 거론되는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외교장관은 “상임 EU 대통령 직을 신설하고 각 국가의 거부권을 크게 없앤 리스본 조약이 ‘아일랜드 없이’ 효력에 들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영국 총리 관저의 기류는 “리스본 조약은 끝났다”는 쪽으로 흘렀다.
고든 브라운 총리가 아직 공식적인 의견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일간 더 타임스는 14일 총리실 소식통을 인용해 “법적인 문제는 명확하다. 조약은 27개 회원국이 모두 비준하지 않으면 효력을 발휘할 수 없다”고 보도했다.
영국 집권 노동당은 본래 2005년 총선에서 유럽헌법에 대한 국민투표를 약속했다가 유럽헌법이 리스본 조약으로 바뀌면서 국민투표가 필요 없다는 쪽으로 돌아섰다. 그러나 야당인 보수당은 “리스본 조약은 이름만 바뀐 것이므로 유럽헌법과 다름없다”고 주장하며 국민투표를 요구해 왔다.
브라운 총리는 지지도가 바닥인 상황에서 아일랜드에서의 부결 이후 더욱 강력해진 영국인의 국민투표 요구를 무시하기가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영국이 국민투표를 할 경우 아일랜드에서와 마찬가지로 ‘부결’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크다.
유럽 정상들은 19∼20일 벨기에 브뤼셀에 모여 아일랜드 국민투표 부결 이후 리스본 조약의 진로를 논의할 예정이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