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위 목적의 우주 이용’을 허용한 우주기본법안이 21일 자민 공명 민주당 등 여야 다수의 찬성으로 일본 참의원을 통과했다. 이에 따라 일본이 본격적인 우주 군사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일본은 1969년 ‘우주 이용은 평화적 목적으로 제한한다’고 규정한 국회 결의에 따라 우주 개발을 ‘비군사적인 목적’으로 제한해왔다.》
새 법안에서는 ‘나라의 안전보장에 이바지하는 우주 개발 및 이용을 추진한다’고 규정하고 지금까지의 원칙인 ‘비군사’를 ‘비침략’으로 바꿔 군사 목적의 우주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이 법안이 가결됨에 따라 일본 자위대는 독자적인 최첨단 군사위성을 보유할 수 있게 됐고 미사일방어(MD) 체제의 핵심인 조기 경계위성 도입 등도 가능하게 됐다. 나아가 독자적인 통신위성이나 통신감청위성 등의 개발도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은 1998년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 이후 지난해 6월 네 번째 정보수집위성을 쏘아 올려 ‘24시간 독자감시체제’를 갖췄으나 위성은 자위대가 아닌 내각부가 관할해왔다. 또 ‘민간 분야에서 일반화된 기술’만 사용하도록 한 규제 탓에 해상도 등 정보수집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새 법안은 내각에 총리를 본부장으로 한 ‘우주개발전략본부’를 신설해 우주기본계획을 총괄하도록 하고 우주개발담당장관도 두도록 했다.
우주산업 진흥도 법안의 주요 내용에 포함됐다. 법안은 관련 기업에 세제 및 금융 우대 조치를 주어 기술력을 제고하고 국제경쟁력 강화를 도모하도록 했다.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조직 재검토 등 우주 관련 조직의 정비도 명시했다.
법안은 자민당과 공명당, 민주당 등 여야 3당이 공동으로 제출했다. 야당인 공산당 의원들은 법안 심의 과정에서 이 법안을 “우주에서의 군비확장기본법안”이라 부르며 “1969년 국회가 결의한 ‘평화 목적 이용’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역부족이었다.
이와 관련해 아사히신문은 “우주의 군사 이용은 일본이란 나라의 실체와 관련된 중대한 문제인데 새 법안에 대한 심의가 너무 졸속적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하고 “일본이 새로운 군사 이용에 나서는 것에 대해 주변국의 긴장은 높아지지 않을지, 거액의 비용은 어떻게 할지, 우주개발이 기밀에 싸이지는 않을지 복합적으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새 법안은 우주시대의 차세대 주역이 되겠다는 일본의 야심에도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2025년까지 달에 유인 우주기지를 건설하고 자원 등을 탐사하겠다는 ‘셀레네’ 계획의 일환으로 지난해 9월 달 탐사 위성 ‘가구야’를 쏘아 올렸으며 3월에는 미국, 러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유인우주정거장 ‘기보’(희망이란 뜻) 건설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