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인 킬러’ 집속탄의 가공할 위력

  • 동아닷컴
  • 입력 2008년 5월 20일 15시 46분



‘집속탄 금지협약 체결을 위한 국제회의(이하 집속탄 금지 국제회의)’가 전 세계 100여 개국에서 대표단이 참석한 가운데 19일(현지시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개막했다.

회의 진행자 토마스 나쉬 씨는 “우리는 앞으로 2주 동안 여기 서 집속탄 금지 협약을 체결에 관해 논의할 예정이다. 이 협약은 다가올 10년 동안 사람들의 삶을 바꿔놓을 것이다”고 밝혔다.

1943년 처음 개발된 집속탄은 항공기, 헬리콥터에서 투하되거나 미사일 형태로 발사된 모(母)폭탄이 공중에서 수백 개의 자(子)폭탄으로 분리되면서 폭발하는 폭탄이다. 이 때문에 1개의 집속 탄으로 최대 1km² 넓이의 지역을 초토화시킬 수 있다.

집속탄은 1960년대 미국이 베트남과 라오스, 캄보디아 등을 공격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용했으며 지금까지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체첸 등 23개 국가나 지역에 투하됐다. 최근에는 2006년 8월 이스라엘-레바논 전쟁에서 이스라엘군이 집속탄을 사용했다.

집속탄이 특히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입히는 것은 폭격범위가 넓은 데다 투하 당시 폭발하지 않은 자폭탄들이 땅에 묻혀 지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제인도주의 단체인 ‘핸디캡 인터내셔널’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지금까지 집속탄에 의한 사상자가 1만3306명으로 확인됐으며 이 중 민간인이 97.9%(1만3031명)라고 집계했다. 이 단체는 자료 수집의 한계를 감안할 때 실제 집속탄 사상자는 최대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아일랜드의 외무 장관인 마이클 마틴은 이날 회의장에 도착해 집속탄 금지를 요구하는 70만 명의 서명이 담긴 탄원서를 전달 받았다.

집속탄을 가장 많이 생산하고 사용하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등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하지만 회의진행자 나쉬 씨는 그 국가들의 불참이 회담에서 도출될 결과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나쉬 씨는 “미국, 러시아, 중국은 오늘 이곳에 없을지 모르지만 그들은 이 회담에서 내려진 결정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무기가 국제 사회의 일반적인 도덕적 여론에 의해 비난받았을 때를 알고 있다. 미국은 지뢰를 금지해오지 않았지만 그것을 사용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레바논 남부 브리다 마을에 사는 나에마 가지는 그것(집속탄)이 무엇인지 알고 있다.

유엔은 2006년 헤즈볼라가 2명의 이스라엘 군인을 납치하면서 발발한 전쟁의 막바지에 이스라엘이 약 백만 개의 소형 폭탄을 그 지역에 투하했다고 추정한다.

집속탄 피해자인 나에마 가지는 “나는 들에서 돌아오는 길이었다. 난 땅에 발을 내딛었고 폭탄이 어떻게 터졌는지도 모른다. 나는 내가 다리를 잃었다는 것을 바로 알았고, 폭탄은 한쪽 정맥에 걸려 있었다. 어머니가 그것을 보고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번 더블린 회의가 집속탄 사용 금지 협약을 체결하고 막을 내릴 것이라는 낙관론이 있지만 반대론도 없지 않다. 몇몇 유럽 국가들은 이러한 모든 군수품을 금지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집속탄에 반대하는 ‘오슬로 프로세스’는 3년 전 시작됐으며, 1999년 오타와 협약을 이끌어낸 대인지뢰를 반대 캠페인을 모델로 삼았다.

최정아 동아닷컴 기자 cja09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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