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 선택 2008]‘11·4 美대선’ 사실상 오바마-매케인 구도로

  • 입력 2008년 5월 12일 03시 07분


지난 주말부터 미국 워싱턴의 정치평론가들은 존 매케인 상원의원과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맞대결하는 것을 전제로 대선 본선 전망을 잇달아 쏟아내기 시작했다.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웨스트버지니아 등 남은 경선 지역에서 우위를 보이며 아직 투지를 불태우고 있지만 경천동지할 이변이 생기지 않는 한 그가 대의원 경쟁에서 열세를 만회할 가능성은 희박하기 때문이다.

▽선명한 대비=‘매케인 vs 오바마’는 ‘매케인 vs 힐러리’에 비해 더 선명한 승부로 꼽힌다.

25세의 나이 차, 인종 차이, 백전노장 대 신예라는 점 등 신상의 차이뿐만은 아니다. 오바마 의원은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침공을 처음부터 강력히 반대해 온 반면 매케인 의원은 지도급 정치인 중 거의 유일하게 이라크 철군 반대 소신을 굽히지 않아 왔다. 북한 이란 등 ‘문제 국가’ 정책에서도 차이가 선명하다.

▽경합지역 막상막하=그동안 숱하게 실시된 본선 맞대결 여론조사 결과는 대체로 오바마 후보가 근소한 차로 앞서는 추세를 보여 왔다.

하지만 선거인단 투표방식인 본선 선거전은 양당의 전통적 강세지역을 제외한 스윙스테이트(경합지역)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승리를 위해선 538석의 선거인단 중 270석을 얻어야 한다. 대체로 전통 강세지역에서 민주당은 183∼200석, 공화당은 165∼172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것으로 보여 민주당이 18∼28석 앞서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합지역은 13∼16곳으로 분류된다. 뉴욕타임스가 경합지역으로 분류한 13개 지역을 기준으로 분석하면 오바마 후보는 경선 때 8곳에서 1위를, 매케인 후보는 6곳에서 1위를 했다.

그러나 오바마 후보는 규모가 큰 오하이오 펜실베이니아에서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으며 미시간 플로리다의 경쟁력도 미지수다. 백인 블루칼라 계층의 지지 기반도 약하다. 소수 인종 출신이라는 점이 실제 투표에 어느 정도 마이너스로 작용할지도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이번 대선은 민주당이 매우 유리한 고지에서 치르는 선거다. 이라크전쟁, 경제난, 재정적자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실정(失政)으로 공화당의 인기가 저점이기 때문이다. 기성 ‘워싱턴 정치’에 식상한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 열기도 높다.

히스패닉도 큰 변수 중 하나다. 공화당은 1992년 이래 민주당의 아성이지만 히스패닉 비율이 높은 캘리포니아에도 기대를 걸고 있다. 히스패닉은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하지만 힐러리 후보를 적극 지지했으며 매케인 후보는 이민법 개혁에 앞장서 점수를 따 왔다.

▽본선 전략=선거자금에선 오바마 진영이 3월 말까지 2억4000만 달러를 모금해 매케인 진영(8000만 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우위다.

하지만 매케인 진영은 다음 달 3일 민주당 경선이 끝나자마자 대대적으로 TV 광고를 퍼부어 “오바마는 최고사령관으로서 경험이 부족하며 비주류”라는 인식을 퍼뜨릴 예정이다.

이에 맞서 오바마 진영은 ‘매케인은 부시의 계승자’, ‘부시 3기를 원하는가’ 등의 메시지를 강조하며 “변화와 통합이 이미 시대정신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호소할 예정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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