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티베트 사태, 침묵이 金”

  • 입력 2008년 5월 8일 03시 01분


FT에 비판적 기고 올린 언론사 간부 직위 박탈

티베트 사태와 관련한 글을 서방 매체에 기고했다가 중국의 바링허우(八零後·1980년대 출생자)로부터 ‘매국노’라는 공격을 받아온 중국의 유명 언론사 고위 간부가 직위 해제됐다.

홍콩의 영자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싱가포르의 롄허(聯合)조보는 7일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시짱(西藏)-진상과 민족주의 정서’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한 장핑(張平) 난두(南都)주간 부총편집장 겸 총주필이 최근 부총편집장 직위를 박탈당했다고 보도했다.

난두주간은 중국 공산당 광둥(廣東) 성 위원회 기관지 난팡(南方)일보의 자매지인 난팡두스(南方都市)보가 발행하는 주간지. 난팡두스보는 중국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발생 사실을 폭로하는 등 비판적인 보도를 해왔다.

장 씨는 지난달 3일 FT의 중문(中文) 인터넷판 기고문에서 “티베트 사태가 터진 뒤 들리는 소문만 있을 뿐 중국 내 언론은 침묵하고 있다”며 “극소수 폭력분자들이 때리고 부수고 강탈했다는 식의 보도는 기사 제목에 불과하지 민중이 원하는 상세한 소식이 아니다”라고 중국 정부의 보도지침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그는 “티베트 사태에 관한 CNN 방송 등 서방 매체의 오보는 매우 저급한 수준의 잘못이자 의도적이라는 느낌마저 준다”며 “하지만 사건이 일어날 때마다 중국 언론은 침묵하고 외국 매체는 왜곡한다면 진실은 어떻게 파악할 수 있겠느냐”고 서방 매체와 중국 언론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이어 “중국 누리꾼들은 행동을 통해 세계인들에게 라싸(拉薩)의 진상을 보여주자고 했지만 그들이 아는 것은 정부가 현장을 봉쇄한 뒤 일률적으로 발표한 내용에 불과하다”며 “나는 이게 거짓이라고 감히 말하지 못하지만 진실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서방 매체의 왜곡보도가 문화적 우월감에서 비롯됐다면 중국 내 소수민족의 민족주의 역시 한족의 문화적 우월감이 초래한 것 아니겠느냐”며 “민족주의를 무기로 서방에 대항하면서 과연 소수민족에게 민족주의를 포기하라고 요구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이 글이 인터넷에 오르자 중국 누리꾼들은 “티베트 독립분자의 주장과 유사하다”며 그를 ‘매국노’로, 난팡두스보를 ‘매국노 신문’이라고 집중 성토했다.

난팡두스보 관계자는 “그는 부총편집장이라는 행정관리 직무에 맞지 않아 인사이동을 한 것”이라며 “총주필 직책은 그대로 유지된다”라고 해명했다. 난팡두스보는 기자들이 연명으로 요구한 장 부총편집장의 복직을 거부했다.

하지만 중화권 언론들은 “이번 사건은 티베트 사태를 둘러싼 중국 내 언론자유의 실상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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